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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펨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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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꿉친구인 동급생과 공부 모임을 하는 이야기

06/20/2026, 12:50:34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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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모임?」

 노트와 참고서를 번갈아 보던 시선을 멈추고 고개를 들었다. 석양빛이 비쳐 오렌지색으로 물든 도서실은, 곧 폐관 시간이라는 점도 있어 이용하는 학생도 드문드문 남아있을 뿐이었다. 그런 조용한 곳에서는 억눌린 목소리조차 조금 크게 들리는 기분이 들었다.

「네.」

 내 눈앞에 앉아있던 동급생은 손에 든 문고본으로 시선을 떨군 채 페이지를 넘기며 작게 대답하고는 엷은 미소를 띠었다.

「우리 집에서 하는 건 어때?」

 그렇게 말을 끝낸 그녀는, 실크 같은 질감이 연상되는 칠흑의 머리카락을 귀에 걸면서 드디어 이쪽을 향했다.

 어깨를 넘는 아름다운 검은 머리에, 붉은빛이 감도는 갈색 눈동자. 학교에서 지정된 세일러복도 검은색이며, 포인트인 리본이 붉은색을 주장하고 있다. 이 여성, 쿠조 후미는 나의 동급생이다.

「서로를 위해서야, 모의고사도 가깝고.」

 어느새 문고본을 덮은 쿠조는 책상에 양팔을 괴고 겹친 손 위에 턱을 괴고 있다. 그 서늘한 표정에서는 역시 표정 이상의 것은 읽어낼 수 없다.

 지그시 나를 바라보고 있는 모습을 보며, 내가 어떤 대답을 돌려주든 표정은 변하지 않겠지 하고 생각했다.

***

 쿠조는 나에게 있어서, 아니 주변의 거의 모든 사람이 보기에 하늘의 사랑을 받고 있다고 느낄 만한 존재였다.

 용모단려하고 뛰어난 체간과 매끈하고 긴 팔다리를 가진 그녀는 운동신경도 좋아, 여러 사정으로 동아리 활동에는 참여하지 않았지만 체육 시간에는 그녀가 눈에 띄는 일이 많았다.

 두뇌도 명석하여 시험에서 학년 1위를 차지한 적도 여러 번 있었고, 2학년 때 치른 전 계통 기술 모의고사에서는 전국 상위권 성적을 거두었다고… 한다.

 게다가 사립인 이 진학 학교의 이사장은── 그녀의 할머니다. 그리고 부모님은 모 대기업의 창업주 일가, 즉 엄청난 아가씨라는 뜻이다. 다만 그 지위를 남용하는 듯한 행동을 했다는 이야기는 고등학교에 들어온 이후 지금까지 들어본 적이 없다.

 오히려 그렇게 보이지 않도록 처신하는 기색조차 있다. 학생회나 행사 실행위원회에 속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비협조적이지도 않게 한 명의 학생으로서 참여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누군가와 적대하지도 않고 눈에 띄는 언동도 없으며 붙임성도 좋다. 즉 성격조차도 크게 호감을 살 만한 요소를 가지고 있었다.

 목소리도 너무 높지도 낮지도 않으며, 차분한 억양의 그것은 귀에 잘 들어와 친숙하다. 정말이지 약점이란 없는 것일까.

──쿠조에 비해 한편 나는 어떠냐 하면, 공부 이외에는 평범하거나 그 이하의 스펙이라는 자각이 뚜렷하다.

 치명적이지는 않지만 운동신경은 나쁜 편이고, 외모도 특출 난 것 하나 없이 평범하지만 키는 작은 편이며 예술적 재능도 없다. 시력도 아주 나빠서 안경 렌즈가 두껍다.

 공부도 좋은 성적을 내고는 있지만, 사실 머리가 좋다는 재능을 타고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수업을 성실히 듣는 것은 물론, 동아리 활동도 하지 않고 기본적으로 여가 시간은 공부에 쏟고 있지만, 그렇게까지 해도 고등학교에 들어온 이후 전 과목 만점을 받은 적이 없을 정도의 재능이다.

 운도 없는 것 같다. 아무래도 나는 초등학생 시절 사고로 부모님을 잃고 천애 고독한 몸이 되어버렸으니까.

 그 후 시설에 맡겨진 나에게 있어서, 오늘 말을 걸어온 쿠조는 적어도 교내에서는 대척점의 환경에 위치한 인간이었다.

 다만── 그런 입장이 다른 두 사람에게는 사실 접점이 두 가지 있었다.

 첫 번째는 시험 성적. 현재 다니는 진학 학교에 특대생으로 입학한 나는 항상 상위권 성적을 유지하고 있었다.

 말할 것도 없이 쿠조도 성적이 우수하여 학년 1위를 매번 차지했다. 하지만 최근 치러진 시험에서는 불과 십여 점 차이긴 하지만 내가 성적이 더 좋았다.

***

「……대답을 기다리고 있는데.」

 아이를 달래는 듯한 억양으로 말하며 눈썹 끝을 내리는 쿠조. 조금 고민한 것은 사실이지만, 내가 늦었다기보다 그녀가 조급해한 것처럼 느껴진 것은 기분 탓일까.

──두 번째는 내가 그녀와 소꿉친구라는 것이다. 2~3살 무렵 공원 모래사장에서 만난 우리는 금방 사이좋게 놀며 친구가 되었다고 한다.

 우리 집은 그녀의 집에는 도저히 미치지 못하는 중류 가정이었고, 부모님도 설마 아들이 모래사장에서 친해진 여자아이가 엄청난 부잣집 아가씨일 줄은 생각지도 못해, 처음 그녀의 집에 초대받았을 때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는 에피소드를 어머니가 아버지에게 자주 이야기하곤 하셨다.

 유치원도 초등학교도 왠지 함께였고, 지금 생각해보면 쿠조의 부모님은 딸에게 레일을 깔아주는 것을 좋게 여기지 않았던 것 같아 종종 그런 말씀을 하셨던 것 같다. 아마 생각이나 의식을 굳어지게 하지 않기 위해서였으리라.

 말하자면 신분 차이가 있었던 우리는 그럼에도 매우 사이가 좋았다고 생각한다. 다만 부모님의 고생은… 분명 있었겠지만, 나로서는 인지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그 친구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다는 것은 쿠조의 부모님도 그것을 용인해주었기 때문임이 틀림없고, 내가 기억하는 그녀 부모님의 얼굴은 언제나 자애로운 미소였다.

 그런 배경을 전제로, 시험 성적도 나름대로 겨루고 있는 사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함께 공부하자는 제안을 받아도 큰 위화감은 느끼지 않을 관계일지도 모른다.

「……마다할 이유도 없지. 토요일과 일요일, 어느 쪽이 좋아?」

 작게 대답한 뒤 이쪽을 빤히 바라보는 시선에 눈을 맞춘다. 3학년이 되기 직전인 봄방학 전, 나는 쿠조의 집에서 공부 모임을 하는 것을 선택했다.

***

「왜지……?」

 귀가 후 자신의 방으로 돌아와서도 좀처럼 공부에 집중할 수 없었던 나는 심호흡을 하며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열심히 과거를 회상하며 그때는 어떻게든 이유를 갖다 붙였지만, 쿠조가 공부를 제안한 이유를 여전히 알 수 없었다.

 분명 그녀와는 소꿉친구지만, 『소꿉친구였다』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정확할 정도로 교류가 끊겨 있었다.

──그 이유는 내가 결과적으로 그녀를 거절했기 때문이다.

 부모님이 급서하신 후 나에게는 지금 살고 있는 것처럼 시설에서 지내느냐, 아니면 쿠조 가문에 거두어지느냐 하는 두 가지 선택지가 주어졌다.

 그녀의 부모님도 나를 따뜻하게 맞이하려 했고, 동급생이지만 생일이 빨랐던 나를 딸의 오빠로서 환영해주려 하셨다.

 당시의 나에게는 여러 감정이 소용돌이쳤다. 부모님을 잃은 상실감. 그런 나를 분명 선의의 미소로 받아주려 했던 쿠조의 부모님. 『정말!? 오빠가 되는 거야!?』 하며 기뻐 날뛰던 쿠조의 웃는 얼굴.

 지금 생각해보면 그것은 기쁨이라기보다 공포였던 것 같다. 쿠조 가문에 거두어져 가족으로서 대우받고, 엄격하면서도 행복하게 지내는 것── 그리고 희미해져 가는 진짜 부모님에 대한 기억.

 절친이라 부를 수 있을 만큼 사이가 좋았던 쿠조와 가족이 되어 친구가 아닌 가족으로서 대하는 것에 대한 막연한 불안. 내가 불행을 부르는 체질이라 쿠조나 그 부모님에게 불행이 닥쳐버리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

 더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환경에 처해 성장해 나가는 것이 부모님이 기뻐하시지 않을까 하는 생각 등등, 당시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던 기억이 난다.

 결국 지금 이렇게 시설에서 지내고 있는 것처럼, 나는 쿠조 가문의 제안을 거절했다.

 지금도 그 선택이 옳았는지는 알 수 없다. 그래도 꿈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이 상황을 보면 결코 큰 실수만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왜……?」

 회상해봐도 결과적으로 쿠조가 기뻐하며 환영해주던 미래로 나아가지 않았던 나를 그녀가 집에 초대하려 한 이유를 알 수 없었고,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머리를 감싸 쥐고 있었다.

 쿠조의 부모님이 친절하게 대해주시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쏟아져 들어온 제안을 거절했음에도 불구하고 『적어도 이것만은』이라며 나의 성년 후견인을 자처해주셨고, 지금도 정기적으로 교류가 있다.

 다만 그녀── 쿠조 후미와는 그때를 기점으로 친구로서의 사귐은 끝나버린 것이다.

 내가 일방적으로 어색해져서 놀자고 권하지 않게 되었다는 점이 크긴 하지만, 그녀로부터의 권유도 없어져 있었다.

 중학교는 달랐지만 고등학교에서 이렇게 재회했을 때도 무시당하거나 적의를 느끼지는 않았지만, 구면인 지인 정도의 관계에 머물러 있었고 교류도 최소한이었다.

 그런 관계는 조금 쓸쓸하긴 했지만, 애당초 원인은 나에게 있는 데다 친구 관계를 재개함으로써 희미해졌던 당시의 기억이 플래시백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있었다.

「……뭐, 음.」

 결론적으로 쿠조가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상상하는 것은 그만두기로 했다. 단순히 나름대로 비슷한 학력끼리 절차탁마하자고 생각한 것뿐일지도 모르고, 그것은 나도 바라던 바였다.

 어딘가 찜찜한 기분은 아무래도 남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본인의 진의는 직접 듣지 않으면 알 수 없다.

 게다가 이렇게 공부를 멈춰버릴 정도로 고민하는 것은 사고 이후의 인생을 거의 모두 학업에 바쳐온 나 자신을 부정하는 꼴이 된다.

「……좋아, 집중하자.」

 자세를 바로잡고 양손으로 뺨을 두드린 뒤, 생각하던 것을 머릿속 구석으로 억지로 밀어내고 다시 참고서로 시선을 떨구었다.

***

 공부 모임 당일, 순순히 쿠조의 방으로 안내된 나는 허탈할 정도로 공부에 매진하고 있었다.

 성년 후견인이 쿠조의 부모님이었기에 가끔 인사와 상황 보고차 방문한 적이 있어 쿠조 가문의 넓은 저택에 발을 들이는 것 자체에 긴장은 없었지만, 이번에는 그동안의 인사 때도 모습을 볼 수 없었던 그녀가 호스트라는 점에 적잖이 신경 쓰이는 부분이 있었다.

 또한 나는 평소 생활비를 절약하고 있기에 쿠조의 집에 어울릴 만한 사복에 자신이 없어 어쩔 수 없이 교복을 선택했는데, 현관에서 마중 나온 쿠조는 학교와 다름없는 세일러복 차림으로 『그럴 줄 알았어』라며 엷게 미소 지으며 맞이해주었던 것이다.

 그런 옛날을 떠올리게 하는 자연스러운 미소로 맞이해주자 나도 긴장이 풀려 『단정한 옷차림이어야 하니까』라고 대답했다.

 안내된 곳이 거실이나 서재 등이 아니라 그녀의 방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는 다시 조금 긴장했지만, 막상 공부가 시작되자 조금씩 그것은 풀려갔다.

 수다를 떨지도 않고 로우 테이블의 권유받은 자리에 앉은 나와 대각선 맞은편에 앉은 쿠조는 서로 참고서에 시선을 떨구었고, 잠시 방 안에는 페이지 넘기는 소리와 펜 굴리는 소리만이 기분 좋게 울려 퍼졌다.

 문득 신경이 쓰여 슬쩍 쿠조 쪽을 보자, 나와 마찬가지로 그녀는 수학 문제에 매달리고 있었다.

「아……」

「……왜?」

 쿠조가 풀고 있는 방법이 시간이 걸리는 방식이라는 것을 깨닫고 목소리를 내버리자, 그녀는 지체 없이 고개를 들어 시선을 맞춘다.

「아, 아니…… 아무것도 아냐……」

「다시 한번 물을게── 왜?」

 예전부터 이랬다. 기가 세다고 해야 할지, 확실히 하지 않으면 직성이 풀리지 않는 성격이라고 해야 할지…… 즉 쿠조는 내 기억 속의 쿠조와 크게 변하지 않은 것처럼 느껴졌다.

「아─, 응…… 그건 바로 전개하는 것보다 먼저 제곱하면 100과 9가 되어서 계산하기 편해질 것 같아서……」

「……」

 쿠조는 그 말에 반응해 노트를 내려다보았고, 2초 후에는──

「역시, 학년 1위네.」

 입학부터 2학년 기말고사까지 학년 1위였던 재원은 납득했다는 듯 고개를 들어 엷게 미소 지었다. 비아냥일까?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할게요……」

 그 미소에 쑥스러워진 나는 시선을 다시 내 노트로 떨구며 가느다란 목소리로 그렇게 대답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

 그 후로도 공부를 계속하며 때때로 난제에 신음하거나 서로 질문을 주고받으며 알찬 시간을 보낸 우리. 낮부터 거의 휴식 없이 몰두하다 보니 어느새 16시가 되어 있었다.

 너무 늦어질 수도 없고 집중력도 더 이상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 내가 슬슬 해산해도 좋을지 묻자, 『마지막으로 난제 하나 어때?』 하고 쿠조가 물어왔다.

 쿠조는 내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준비해둔 것처럼 수학 참고서의 어떤 페이지에 도달하자 손을 멈추었고, 가슴가에 그것을 끌어당기며 고개를 들어 뜬금없는 말을 덧붙였다.

「버, 벌칙 게임……?」

 이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단어에 이해가 되지 않는 나는 쿠조의 말을 앵무새처럼 되풀이했다.

「네, 못 풀면 벌칙 게임.」

 쿠조는 즐거운 듯 대답했다. 당연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이쪽을 바라본다.

「당신은 의대, 그것도 특대생을 목표로 하고 있잖아?」

 그 적갈색 눈동자는 아무것도 비추고 있지 않은 것 같으면서도, 마치 보는 것을 빨아들이는 듯 깊은 색이었다.

 쿠조에게 직접 말한 적은 당연히 없었지만 그녀의 말대로 나는 의대 특대생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

 부모님을 잃은 후 매달리듯 공부에 전념하게 된 나는 여러 직업을 알아보고 남을 도울 수 있으면서 어지간한 일이 없는 한 독자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수입을 얻을 수 있는 의사라는 직업을 목표로 하게 되었다.

 다만 그러기 위해서는 고액의 학비를 어떻게든 해결해야 했다. 부모님의 유산은 있지만 아르바이트 등을 하기 힘든 상황에서 모든 것을 충당하려면 특대생을 목표로 하는 것이 리스크를 낮출 수 있다고 생각했다.

「지금 시점에서 답변할 수 없는 수험 문제가 있다는 건 불안할 거라 생각해.」

 선의 100% 같은 미소를 지은 채 말로 내뱉어지자 내 마음에 조금 무거운 것이 올라타는 듯한 느낌의 말이 이어진다.

「못 푼 것에 대한 자책의 의미도 담아서 벌칙 게임, 이라는 걸로 하자.」

 조금 불안해하는 나를 눈치챘는지 쿠조는 쓴웃음을 지으며 양손을 펴 보였다.

「메인 벌은 곧 봄방학이니까 첫날은 여기서 공부 모임을 하는 거야. 그날의 난제도 못 풀면 다음 날도 공부 모임.」

 아이를 달래는 듯한 말투. 나를 옛날로 끌어당기는 듯한 억양.

 벌이라고 칭한 학력 향상의 기회. 어쩌면 쿠조는 나를, 나의 꿈을 응원해주고 있는 것일까.

「그것뿐만이 아냐. 서브 벌로 사소한 장난은 좀 칠 거지만… 음, 그다음에는 가여우니까 위로도 해줄게.」

 매미 허물을 나에게 던지며 낄낄 웃던 후미쨩. 그런 옛날을 떠올리게 하는 표정에 장난에 대한 말은 귀에 잘 들어오지 않은 채 나는 고개를 끄덕여버렸다.

「……그런 조건이라면 괜찮지만……」

 나는 마지못해 하는 태도를 유지하며 그렇게 답했다. 그 반응도 예상 범위 안인지 쿠조는 만족스러운 듯 눈을 가늘게 뜨는 것이었다.

「…………」

 나는 눈앞의 난제에 절망적인 기분으로 맞서고 있었다.

 양의 정수 $n$에 대하여, 이차함수

  $f(x) = x^2 - nx + 1$

 을 생각한다. 다음 물음에 답하라.

 $f(f(x)) \ge 0$이 되는 $x$의 범위가 실수 전체가 되는 양의 정수 $n$을 모두 구하라.

 판별식을 쓰고 일단 답의 하나인 『1』까지 진행한 뒤 잠시 후 예상대로 내 손은 멈추었다. 이마에는 서서히 땀이 배어 나오고 있었다.

「그래프의 오목함, 대칭성…… 아니, 축의 위치를 봐야 하나……」

 식을 전개한 시점부터 손은 계속 움직이고 있지만 빛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손의 움직임에 반비례하여 마음속의 어둠은 넓고 깊어져 간다.

 나는 이것을 풀 수 없다. 답을 썼다 해도 그것은 확신도 손맛도 없는 엉터리일 뿐이다. 내가 싫어하는, 정답에 매달려 억지로 끼워 맞춘 듯한 답변.

나는──

「──이제 시간이 됐네.」

 그 말에 정신이 번쩍 든 것처럼 내 몸은 크게 움직였다. 나쁜 짓을 하다 들킨 것처럼 심장은 거세게 요동쳤고, 정리되지 않은 머릿속 그대로 목소리가 들린 쪽으로 시선을 향했다.

「진짜 시험이 아니라서 다행이지?」

 쿠조는 웃으며 스마트폰을 나에게 향하고 있었다. 화면 속 시계는 『18:00』을 표시하고 있었다.

***

「……유감이네, 오답이야.」

 머리카락을 귀에 걸며 쿠조가 내 노트를 내려다보고 판정을 내린다. 자신이 없는 답변을 했을 때의 여느 경험과 마찬가지로 역시 나의 답변은 틀렸다.

 그 이상으로 시간을 너무 많이 썼다. 이것이 실전 입시나 공통 테스트였다면 소름 끼칠 정도의 나쁜 집중력을 보였다는 점을 반성한다.

「그럼 봄방학 전날에 연락 줄래?」

 무늬 없는 수첩을 꺼내 일정을 기입하며 조금 기분이 좋아 보이는 쿠조가 그렇게 전했다.

「응……」

 그녀는 스마트폰으로 일정 관리를 하지 않는 걸까 생각하며 멍한 대답에 가까운 고개를 끄덕임을 돌려주었다.

 아무튼 머릿속은 방금 전 문제로 가득 차 있었다. 집에 가면 반드시 풀고 말겠다. 분함에 찌든 채로 내일을 맞이할 수는 없다.

「아, 이건 서브 벌칙이야.」

 쿠조는 한쪽 무릎을 세우고 내 앞까지 다가왔다. 노트에서 시선을 올린 나는 쿠조를 올려다보는 형태가 되어──

「──질식 게임이야.」

 눈이 마주친 쿠조의 눈동자가 가늘어졌다고 생각하는 순간, 쿠조가 양손을 내 머리 뒤로 돌렸고 정신을 차려보니 그녀의 가슴팍으로 이끌려 있었다.

「흐읍!?」

 질식 게임이란 어릴 적 잠깐 유행했던 놀이로, 목을 살짝 조르거나 해서 저산소 상태의 도취감을 맛보는 그런 게임이었던 것 같다. 방법은 다양해서 기절 게임이라고도 불렸다.

 나는 해본 적이 없었고 애당초 숨을 쉴 수 없을 정도의 구속 강도는 아니었다.

 질 좋은 소재로 만든 매끄러운 감촉의 세일러복 너머로 부드러운 무언가가 얼굴에 닿는다. 말랑말랑한 감촉. 그것을 내가 자각했을 때 터무니없는 상황이 되었다는 것을 이해했다.

「으읍! 으읍!」

「버둥거리면 안 돼.」

 구속을 풀려고 움직이기 시작한 나를 즐거운 듯한 억양으로 꾸짖는 쿠조. 그녀의 손이 내 머리를 누르려 할수록 부드러운 감촉이 내 얼굴을 애무한다.

 버둥거려도 그녀의 구속은 늦춰지지 않았고 나는 어떻게든 해보려고 그녀의 양팔에 손을 대며 조금 답답해진 탓에 힘껏 숨을 들이마신다──

「────────」

 옷감의 천과 그것과는 별종인 옅고 달콤한 향기가 코를 타고 들어온다. 그 향기와 감촉에 내 머리는 허용 용량을 초과하여 몸이 움직이지 않게 되어버렸다.

「착하지 착해, 못 풀어서 분했지?」

 저항이 없어진 것이 기분 좋았는지 아니면 『위로』가 이것인지, 한 손은 내 후두부를 누른 채였지만 다른 한 손으로 내 머리를 달래듯 쓰다듬기 시작했다.

 쿠조의 위로의 말과 감촉, 그리고 폐를 채워가는 향기에 나는 온몸이 굳은 것처럼 움직이지 못한 채 속수무책으로 당하게 되었다.

***

「얼굴이 새빨갛네, 괴로웠어?」

「아니, 뭐…… 응……」

 몇 초인지 몇 분인지 어느 정도 시간 동안 그러고 있었는지 전혀 알지 못한 채, 쿠조에게서 해방된 나는 그녀와 시선을 맞추지 못한 채 뒷정리를 하며 간신히 대답을 돌려주었다.

「그, 그럼 슬슬 실례할게.」

 여러 의미로 이곳에서 도망치고 싶었던 나는 짐을 가방에 쑤셔 넣고 일어선다.

「응, 조심히 가.」

 쿠조는 나를 올려다보며 즐거웠다는 듯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그럼 오늘은 고마웠어!」

「고마워. 또 봄방학 때 봐.」

 앞에 『그, 그럼』을 붙이지 않으면 말을 할 수 없게 되어버린 듯한 나는 애써 냉정을 가장하며 그녀의 방에서 탈출한다.

 가방은 양손으로 앞에 든다. 왜 그런지는 말하지 않겠지만 이 포지션은 유지해야만 했고, 쿠조에게 들켰을 경우를 생각하면 이번에는 얼굴을 새파랗게 질리게 해야 할 판이었다.

「…………」

 고용인이나 쿠조의 부모님과 마주치지 않기를. 그렇게 기도하며 나는 복도를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결과적으로 아무와도 마주치지 않고 쿠조의 저택에서 나올 수 있었다.

 시설로 돌아온 나는 식사와 목욕을 마친 후 자신의 방 책상 앞에 앉아 오늘 사용한 노트를 복습할 겸 훑어보고 있었다.

「앗……」

 아까 그 풀지 못한 문제에 다다르자 입을 굳게 다물고 다음 페이지에 문제 내용만 적어 넣었다.

「……좋아.」

 불필요한 생각은 하지 않도록 새 페이지에 쓴 문제에 집중하려 한다.

「……」

 문제를 풀고 있으면 불현듯 그 일이 생각나 버린다.

「……」

 쿠조의, 감촉.

「……」

 …….

 …….

「……하아.」

 나는 고개를 흔들며 손을 멈추었다.

「제발 좀 봐줘……」

 도저히 정신이 산만해져 집중할 수 없었던 나는 일어나서 머리를 식히기로 했다.

──결국 그 후 30분 정도 현관 앞에서 머리를 식히고 나서야 겨우 문제에 마주할 수 있었다.

***

 봄방학 첫날, 약속대로 쿠조의 방에서 공부 모임을 하던 나는 무자비한 알람 소리를 듣고 있었다.

 각자 공부한 후 다시 그 난제 챌린지가 진행되었다.

 출제되는 문제는 대학 입시나 공통 테스트를 넘어서는 난이도는 아니며, 평균을 크게 웃돌아 어렵다는 점은 변함없지만 기출문제 범위 안이라고 전해 들었다. 요전의 문제에 대해서는 나도 조사해봤는데 확실히 명문 대학의 기출문제였다.

 그것에 답변하지 못한다는 것 자체가 벌칙 이전에 나의 학력에 부족한 부분이 있다는 증거. 그 목화 솜으로 목을 조르는 듯한 한결같이 괴롭고 계절에 상관없이 식은땀이 배어 나오는 시간을 실전에서 보낼 용기는 나에게 없었다.

 그렇게 다시 도전한 결과, 새로 정해진 제한 시간 60분── 문제 하나에 들이는 시간 치고는 너무 많지만──이 지나 쿠조의 스마트폰 알람이 울리고 있었다.

 또 풀지 못했다. 펜을 쥔 손이 떨릴 정도로 분하다. 나도 모르게 책상을 내리칠 것 같은 자신의 한심함에 대한 분노는──

「──!?」

 옆에 대기하던 쿠조에게 속수무책으로 끌어안겨 안개처럼 흩어졌다.

「있지? 이 문제는 말야……」

「!?!?!?」

 요전번과 마찬가지로 한 손으로 내 후두부를 감싸 가슴팍에 억누르고, 비어있는 손으로 머리를 쓰다듬으며 진행된 것은── 수업이었다.

「먼저 전개하는 게 우선이야.」

 유연제 때문인지 푹신하고 부드러운 향기에 감싸인 채 내 귀에는 쿠조의 차분한 목소리가 닿는다.

「그래서──」

 저항조차 잊은 나는 심호흡을 하며 부드러움과 달콤함에 감싸인 채 쿠조의 수업을 계속 받았다.

 그 후 나는 또 도망치듯 가방을 앞에 두고 쿠조의 방을 나서게 되었다.

***

 봄방학도 절반이 지났다. 나는 매일 쿠조의 방에서 공부 모임을 하고 있었다. 즉 난제는 단 한 번도 풀지 못했다.

 아무리 풀어본 적 없는 과거 난제 대책을 세우려 해도 하루에 한두 개를 대책하는 것이 한계였다. 다른 과목이 소홀해지기 때문에 모든 시간을 대책에 쏟을 수도 없었다.

「……시간 됐네.」

 오늘도 알람이 울린다. 나는 바로 옆에 쿠조가 있어 정답을 확인하는 풍경에 익숙해져 버렸다.

 나는 완전히 자신감을 잃고 있었다. 쿠조가 고르는 문제는 매번 나의 대책을 교묘하게 빠져나간다. 도중까지 순조로워도 반드시 벽에 부딪히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었다.

「해설해줄게.」

 그 말에 오답임을 이해한다. 몇 번이나 반복되는 그것. 전력으로 난제에 도전하여 뇌가 피폐해져 있다는 것을 잘 안다. 더욱이 풀지 못했기에 심리적으로도 기분이 가라앉아 있는 상태.

 말하자면 반쯤 자포자기한 나는 이후의 벌칙 게임에 저항하기는커녕 스스로 몸을 맡기듯 쿠조에게 기댄다.

「……착한 아이네.」

 조금쯤은 놀란 기색을 보여도 좋으련만, 표정은 알 수 없지만 그 말투나 억양에는 여느 때와 다른 점이 없었다.

 인형을 껴안듯 쿠조의 가슴팍이 얼굴에 눌린다. 스윽, 스윽 심호흡을 하자 분노나 한심함이 녹아내리는 듯한 달콤함에 감싸인다.

 이번에는 평소와 달리 내가 쿠조에게 기대고 있었기에 준비가 되지 않았던 그녀의 왼팔이 서로의 몸 사이에 끼인 형태가 되어 있었다.

 그것을 빼내려 했던 것일까, 쿠조가 움직인 왼손이──

「앗──!」

 의도치 않게 내 가랑이에 닿았다. 당황해서 쿠조에게서 떨어지려 하지만, 이미 자유로워진 그녀의 왼팔이 내 후두부를 감싸자 여느 때처럼 머리가 고정되어버렸다.

「──버둥거리면 안 돼.」

 그 목소리에 내 몸은 저항을 멈추고 만다. 줄곧 숨기고 있었지만, 쿠조가 내리는 이 벌칙 게임 도중 나는 줄곧 발기해 있었다.

 건강한 학생이 여학생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을 리가 없었다. 솔직히 불가항력이라고 말하고 싶은 마음도 있다.

 반면 조금 숨이 막힐 뿐── 천국 같은 벌칙 게임을 반쯤 보상처럼 받아들이고 있었던 죄책감도 가지고 있었다.

 쿠조가 만약 진심으로 조금 괴롭기만 한 벌칙 게임으로서 하고 있었던 것이라면, 나의 이 반응은 그것에 대한 배신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이쪽도 괴로워 보였네, 착하지 착해.」

「음뭇!?!!?」

 그런 생각을 쿠조가 단칼에 잘라버린다. 그녀는 설마 하게도 평소 머리를 쓰다듬던 오른손으로 내 가랑이를 바지 너머로 문질러왔던 것이다.

「자, 그럼 해설해나갈게.」

「으응! 으으음!!」

 기분 탓일까 여느 때보다 후두부를 감싼 팔의 힘이 강해 내 얼굴은 쿠조의 가슴팍에 강하게 파묻힌다.

 동시에 느린 움직임으로 쿠조의 손이 가랑이에 눌렸고, 그녀의 손바닥이 가랑이를 위아래로 움직인다.

「────────」

 그 자극에 몸을 떨며 답답해져 심호흡을 계속한다. 부드러운 감촉에 달콤한 향기.

「────────」

 쿠조는 해설을 계속하고 있지만 전혀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쓰담쓰담 가랑이가 계속 만져지고 그 기분 좋음에 내 머릿속은 하얗게 변한다.

「────알겠어?」

「무그────!!!!」

 뷰늿.

 한결 강하게 쿠조의 가슴이 얼굴에 눌렸고 녹아내릴 듯한 부드러움과 향기에 감싸인다. 나는 가랑이를 부드럽게 쓰다듬어지는 것만 같은 자극을 견디지 못하고 온몸을 크게 떨며 가랑이 사이로 정액을 흘렸다.

***

 나는 침대 속에서 이불을 머리까지 뒤집어쓰고 머리를 감싸 쥐고 있었다.

 그 후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쿠조는 나를 해방해주었다.

 방금 일어난 일과 서서히 정액이 속옷을 적시는 감촉에 얼굴을 새빨갛게 붉힌 나는 짐을 챙겨 도망치듯 쿠조의 방에서 나갔다.

 그동안 쿠조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방을 나갈 때 한마디 『내일 봐』라고 전해왔다.

 쿠조의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없었던 나는 어떤 표정으로 그렇게 말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지금까지와 다름없는 억양이었다고 생각한다.

「정말이지……」

 오늘은 집에 돌아와서 공부를 하지 않았다. 솔직히 그럴 상황이 아니었다. 바지까지 젖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속옷은 스스로 빨았다.

「뭐냐고 진짜……」

 침대 위에서 몸을 꼰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해할 수 없고 떠올리려 하기만 해도 얼굴이 새빨개지는 기억이 머리에서 지워지지 않아 잠드는 데 몇 시간이 걸리고 말았다.

***

 그로부터 봄방학이 끝날 때까지 나는 매일 쿠조의 집에 다녔고 그녀의 방에서 공부 모임을 했다.

 그리고 공부 모임 끝에는 쿠조가 고른 수학 난제에 도전했고, 답변하지 못한 채 벌칙 게임을 받고 있었다.

「하아── 하아──!」

 쿠조에게서 해방된 나는 축 늘어진 채 로우 테이블에 몸을 맡긴다.

 그날 이후 줄곧 벌칙 게임 때는 쿠조가 가랑이를 문질렀고, 그녀의 가슴팍에서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사정까지 유도당해왔다.

「이제 봄방학도 끝이네?」

 쿠조는 마치 특별한 일 따위 일어나지 않았다는 듯한 억양으로 입을 열었다.

「학교가 시작되면 월말 모의고사가 끝날 때까지 공부 모임은 중단할까요.」

 나는 너무나 평범한 대화에 혼란스러워하며 고개를 끄덕이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우리 서로 힘내볼까요?」

 4월 말부터 대형 입시 학원의 모의고사가 치러진다. 자신의 실력과 위치, 약점을 알기 위해서라도 전력을 다해 임할 필요가 있었다.

 쿠조와의 공부 모임은 도움되는 부분이 있었던 것은 확실하지만 매번 이런 식으로 끝나버리다 보니 배운 것이 별로 기억에 남지 않았고 복습도 제대로 되지 않고 있었다.

 한 달 가까이 다시 혼자서 공부에 매진하게 되는 것도 고마운 이야기였다. 나는 『응, 알았어』라고 겨우 목소리를 쥐어짜 낼 수 있었다.

***

 모의고사를 모레로 앞둔 금요일 밤.

 별로 연락이 없는 메시지 앱에 새로운 알림이 왔다. 조금 고민하던 나는 설렘을 억누르지 못한 채 그 알림을 열었다.

『내일 공부 모임 해주실 수 있나요?』

──.

──.

──.

──.

「『좋아, 13시에 와줘』라고……」

「후훗.」

 비장의 문제, 골라둬야지.

 아직 5월을 맞이하려 하는 시기인데도 오늘은 조금 땀이 배어 나오는 날씨라 최저 기온 등의 면에서도 8월의 어느 날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날이었다.

 나는 모의고사 전날임에도 불구하고 쿠조의 방에서 공부 모임을 하고 있었다.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 후 혼자 공부한 나는 전혀 상황이 나아지지 않았다. 다른 과목은 문제가 없었지만 수학이 눈에 띄게 나쁜 상황이었다.

 원인은 이 공부 모임밖에 없었다. 특히 끝날 무렵에 행해지는 난제에 대한 도전. 여기서 연패를 거듭한 나는 수학 난제 자체에 거부감을 느끼게 된 것 같다.

 그것을 불식하기 위해 이번 일주일간은 수학 난제를 계속 풀었다. 오늘이야말로 쿠조가 내는 문제를 풀기 위해서.

 그것을 극복했다 하더라도 애초에 최근의 마무리가 좋지 않았기에 이번 모의고사가 나쁜 결과가 될 가능성은 충분히 있었다.

 다만 지금 극복해두지 않으면 이번 모의고사뿐만 아니라 실전 공통 테스트나 입시에도 영향이 미칠 리스크를 생각하면 어떻게든 지금 불식해두고 싶었다.

「……오늘은 좀 덥네.」

 고개를 들자 노트에 펜을 굴리던 쿠조가 중얼거렸다. 확실히 이동 중에도 조금 땀이 날 정도로 더웠다.

「그렇네, 조금 실례할게.」

 나는 블레이저를 벗자 셔츠 차림이 되었다. 공기가 잘 통하게 되어 은근히 시원하다.

 쿠조는 드물게 오늘 세일러복이 아니라 와인레드색 얇은 가디건과 그 안에 하늘색 옷을 입고 있었다. 자세히는 모른다. 시험에 안 나오는 부분이니까.

「어머, 좋네.」

 나도 따라 해야지, 그렇게 말하며 쿠조는 가디건을 벗더니 개어서 근처 침대 위에 두었다.

 가, 가가각. 어깨, 어깨. 가디건을 벗은 쿠조는 얇은 차림이었고 어깨까지 드러난 하늘색 옷이 나타났다.

 히히히히. 끈, 어깨끈. 어깨끈. 에, 브래지어, 에, 어라? 어떻게 된 거지?

 나는 이해를 모두 포기하고 시선을 노트로 향했다. 자극이 너무 강하다.

 결국 공부 모임이 끝날 때까지 다시 내가 쿠조에게 시선을 보내는 일은 없었다.

***

「그럼 시작해볼까요.」

 드디어 쿠조의 난제 시간이 왔다. 시간은 60분.

「잘 부탁드립니다.」

 쿠조 쪽을 보지 않기 위해 로우 테이블 위에서 고개를 숙였다. 더 이상 마음이 흐트러지는 것은 위험했다.

「네, 그럼 이거.」

 쿠조는 고개를 든 내 앞에 문제 문장이 적힌 종이를 내밀었다.

 나는 비장한 각오로 그 문장에 시선을 떨구었다.

 빨간 공 2개, 흰 공 3개가 들어있는 주머니가 있다.

 이 주머니에서 동시에 2개의 공을 꺼낼 때,

 적어도 1개가 빨간 공일 확률을 구하라.

「엣?」

 나도 모르게 내 입에서 당혹감이 흘러나온다.

 2~3분 동안 문장을 몇 번이나 읽는다.

「엣.」

 다시 한번. 뭐야 이 문제는. 너무 쉽지 않은가.

 망설일 부분은 딱히 없다. 『동시에 2개』이므로 순열로 생각할 필요도 없고, 『적어도 1개』이므로 여사건 문제다.

「왜 그래?」

 고개를 들어 쿠조를 빤히 바라보는 나를 눈치챈 그녀는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린다.

「──못 풀면 또 괴로운 경험을 하게 될 텐데?」

 고개를 갸웃거린 채 미소 지으며 그렇게 전해온다── 얇은 옷차림의 쿠조.

 나는.

 이 문제.

 내일.

 모의고사.

 풀고.

 해방.

 해법.

 쾌방.

 부축.

 해방.

***

 알람이 울렸고 나는 펜을 놓았다.

「어머……」

 쿠조가 슥 다가와 내 노트를 내려다본다.

「이걸로 괜찮은 거야……?」

 나는 고개를 숙인 채.

「……응.」

 백지 노트를 바라보며 그렇게 패배 선언을 했다.

 옆을 보니 얇은 옷차림의 쿠조가 눈앞에 있다. 세일러복보다 훨씬 얇은 천.

 내가 무슨 짓을 했는지. 이 선택이 향후 어떻게 작용할지. 나는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한 채 쿠조라는 유혹에 저항할 수 없었다.

 당장 그녀의 가슴팍에 얼굴을 묻고 싶다. 문제를 풀려고 하면 할수록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머릿속은 그것으로 가득 찼다.

「쿠조오……」

 나는 마침내 참지 못하고 몸을 흔들며 쿠조를 향해 쓰러지듯──

「──안─ 돼.」

 쿠조의 왼손이 가슴팍에 닿으며 제지당한다.

 나는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까. 풀 수 있는 문제를 풀지 않고 욕망에 져서 심지어 거절당한다. 머리가 이상해질 것 같아 말이 나오지 않았다.

「어머, 오해하지 마?」

 쿠조가 무슨 말을 할지 전혀 예상할 수 없었다. 나는 멍하니 그녀의 모습을 살피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모처럼 얇은 옷차림인걸.」

 그렇게 말하며 왼손을 내 얼굴에 감아올리듯 움직이자 나는 쿠조에게 등을 돌린 채 쓰러지게 되었다.

「오늘은 여기서 질식해봐.」

「음뭇!?」

 감아올려진 왼팔은 등으로 돌려졌고 내 얼굴은 쿠조의 겨드랑이에 눌려 있었다.

 그럴 수가. 얇은 천의 가슴팍에 얼굴을 묻는 망상을 하던 나는 실망해서 몸을 흔들며 저항한다.

 얌전히 있으라는 듯 쿠조의 왼팔에 힘이 들어갔고 쿠조의 겨드랑이 오목한 곳에 얼굴 절반이 덮였다. 옷 너머 가슴팍보다 더 밀착된 상태에 정말로 숨이 막혀온 나는 조심조심 숨을──

「냐아아……???♡♡」

 입가에서 녹아내리는 듯한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농후하고 달콤한 향기가 폐로 전해졌고 술을 마신 것처럼 머리가 기분 좋게 멍해지며 온몸이 이완되어버린다.

 옷 너머가 아닌 생생한 쿠조의 향기. 파지직 눈앞에서 불꽃이 터지는 것처럼 시야가 명멸한다.

「어머, 여기서는 그렇게 숨 막혀 하지 않아도 되는데?」

 지퍼를 내리는 소리가 들리고── 음경을 붙잡혀 노출당한다. 그 자극만으로 지진이 일어난 것처럼 온몸이 떨린다.

「이쪽은 쓰담쓰담, 착하지 착해.」

「오뷰뿟──!!♡♡♡」

 쿠조의 매끄러운 손바닥으로 귀두를 문지르고 백어 같은 손가락이 얽히며 음경을 위아래로 훑는다.

 가랑이가 녹아내리는 듯한 자극에 격렬하게 호흡한다. 그리고 쿠조의 향기가 온몸에 퍼진다.

「이 문제는 말야, 여사건을──」

 이런 상황에서 평소와 같은 해설이 시작된다.

 겨드랑이 향기를 맡게 하고 츄코츄코 음경을 다루며 온몸을 지배하면서 행해지는 철저한 수업 및 조교.

 뿌드득 뇌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리는 듯한 기분이 든다. 작은 쿠조가 뇌 속에서 날뛰고 그것보다 한 단계 작은 나의 모습을 한 지금까지 익힌 지식의 파편을 그 아름다운 양손으로 감싸 안고── 퓨쿳.

 츄코츄코── 퓨쿳.

 구릿구릿── 퓨쿳.

 무와앙── 퓨쿳.

 구츄구츄구츄구츄──── 퓨쿳.

「응기이이이이────!!!!♡♡♡♡」

 뷰루루루루루.

 시야를 하얗게 물들이며.

 뷰뿟.

 나는.

 퓨루.

 쿠조에게 져버리고 말았다.

────────

──────

────

──

***

 세월은 흘러 마침내 공통 테스트 전날.

 이것을 치르지 않으면 내가 목표로 하던 미래로 나아갈 수 없다. 게다가 어느 정도의 고득점이 필요한 것이었다.

「자, 오늘의 문제야.」

 문제 용지가 로우 테이블에 놓인다.

 2 + 3

     

……。

……。

……。

……。

……。

……。

……。

……。

……。

……。

…… home.

「하하, 못 풀겠어.」

 나는 펜을 떨어뜨리고 투항한다.

「무리인 거야?」

「응, 모르겠어.」

「어머, 오늘도 유감이네.」

 그녀는 쓴웃음을 지으며 세일러복과 그 안에 입고 있던 블라우스를 벗는다.

「그럼 오늘은 이거네.」

 그렇게 말하자 내 노트 위에 나의 공통 테스트 수험표가 놓였다.

 그리고 상반신이 브래지어 차림이 된 그녀는 평소처럼 왼팔을 나에게 감아온다.

「후미쨩……♡♡」

 참지 못하고 목소리를 흘리며 후미쨩의 겨드랑이를 맞이한다. 그녀의 겨드랑이 오목한 곳에 얼굴이 덮이자 코를 킁킁거리며 향기를 맡고 동시에 혀로 핥아댄다.

「오홋츄──♡♡♡」

 폐를 채우는 후미쨩의 향기 같은 냄새와 꿀 같은 달콤한 맛. 몸에 스며들어 질퍽질퍽 뇌가 녹아내리는 감각에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어머, 벌써 흘려버리고 있네.」

 지퍼를 내리고 정액투성이가 된 나의 음경을 꺼낸 후미쨩은 쓴웃음을 섞은 억양으로 그렇게 중얼거린다.

 나는 신경 쓰지 않고 호흡을 계속하며 후미쨩의 겨드랑이를 핥고 빤다. 한 번 호흡할 때마다, 한 번 핥을 때마다 뇌 속의 작은 후미쨩도 늘어간다.

 후미쨩의 손놀림에 맞춰 뇌 속에서 작은 후미쨩에 의한 작은 나의 처형이 행해진다.

 작은 나는 기뻐하며 작은 후미쨩에게 다가가고 그녀의 양손은 부드럽게 나를 감싸 안는다.

 꼬옥. 모츄모츄── 퓨츄.

 쥬쵸, 쥬쵸, 쥬쵸── 뷰루루.

 퓨츄. 퓨츄. 퓨츄.

 사소한 자극에 내 음경에서 정액이 흘러나오고 리듬에 맞추듯 작은 내가 으깨진다.

 츄코츄코츄코츄코츄코── 뷰우우웃.

 퓨츄. 퓨츄. 퓨츄.

 작은 나는 황홀한 표정을 지으며 구원받듯 파열해간다.

 구쥬구쥬구쥬구쥬── 보뷰뿟.

 퓨츄. 퓨츄. 퓨츄.

 후미쨩으로 채워지는 행복은 정말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었고 작은 후미쨩도 『다행이네』라며 웃고 있었다.

***

「후미쨩, 후미쨩……♡♡」

 내 가슴에 얼굴을 묻고 성기를 허벅지에 문지르며 응석 부리는 목소리로 그는 울먹인다.

「이 시기에 진로를 변경하다니 정말 대단해.」

 나는 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비어있는 손을 그의 등 뒤로 돌려 힘을 주어 꽉 밀착시킨다.

 다시 시선을 책상으로 향하자 그의 수험표는 걸쭉한 대량의 정액으로 범벅되어 있었다.

 드디어 그를 공부에서, 수험에서 완전히 떼어놓는 데 성공했다. 지금까지의 인생에서 많은 것을 잃었던 그가 마지막 희망이라도 되는 양 오로지 한결같이 목표로 삼고 있던 것.

 열심히 공부해서 꿈을 이루고 자립하여 남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는 그의 멋진 목표는 그 자신에 의해 파기되었다.

 그렇게 만든 것은 나. 달콤한 유혹과 성욕을 이겨내지 못하고 조금씩 나라는 독을 계속 섭취한 그는 마지막에 인생의 유일한 목표를 스스로 버렸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대로 인생이 꼬이면 곤란하겠지. 나에게도 상식이라는 것이 있다.

 다음에는 정답을 맞히면 상을 주는 식으로 할 테니까 다시 공부 열심히 하자.

 산수조차 제대로 못 하게 된 나만의 마조 돼지가 되어버린 그가 너무 귀여우니까 졸업하고 나서부터 할까나.

끝.

■ 히로인 양

소꿉친구 계열 아가씨.

주인공 군에게 불행한 사고가 있었을 때 양자로 거두려던 이야기를 부모님이 하셨고, 『사이좋았던 주인공 군이 오빠가 될지도 몰라~』 하며 기뻐하다가 거절당해서 일그러짐.

그 후의 『어차피 사는 세계가 다르니까……』 같은 주인공 군의 페이드아웃에 일그러짐.

중학교 후반에 그 상처들이 아물기 시작하고 마음을 다잡아 조사한 뒤 고등학교에서 재회했더니 양자가 된다는 이지 모드를 걷어차고 하드 모드에 도전하는 주인공 군을 보고 일그러짐.

일그러짐이 각성으로 이어져 주인공 군 한정 마족 같은 존재가 되었고 원래의 뛰어난 용모와 합쳐져 주인공 군을 농락했다.

오빠가 되어주지 않는다면 배우자로 만들어주마. 그녀의 의지는 강했다. 실전은 고등학교 졸업하고 결혼하면 하기로 결정해두었다.

아무리 그래도 산수조차 못 하게 만들어버린 것은 파트너로서 문제가 있을 것 같으니 야한 포상을 주면서 재교육할 예정.

하지만 침대에 있을 때만큼은 산수 못 하게 되어버리자.

■ 주인공 군

인생 하드 모드인 줄 알았더니 구제받음.

최종 학력 고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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