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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역영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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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업) 악역 영애는 단죄 END를 반복한다 2화

06/04/2026, 13:53:08
소설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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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회차! 재시작의 기적 허무하게 함정에 걸려 도적단에 윤간 당해 END

 

 

“――아가씨. 일어나셨나요, 아가씨?”

똑똑.

노크 소리와 부르는 소리에 나탈리아는 ‘헉’ 하고 각성했다.

벌떡 일어났다.

침대 위였다.

어두운 숲도 아니고, 흙내 나는 구덩이의 밑바닥도 아니었다.

깨끗한 시트가 깔린, 자신이 잘 알고 있는 코르티자노 공작가의 자신의 방 침대였다.

“……일어났어. 들어와.”

“실례하겠습니다.”

입실 허가를 내리자 메이드복 차림의 초로의 여성이 들어왔다. 공작가의 메이드장인 레베카였다.

“안녕히 주무셨나요, 아가씨.”

“……그래, 좋은 아침이야, 레베카.”

떨릴 것 같은 목소리를 억누르며 인사를 건넸다.

하지만 나탈리아를 태어날 때부터 알고 있는 늙은 메이드는 위화감을 느낀 듯이 한쪽 눈썹을 꿈틀거렸다.

“……아가씨. 주인마님이 돌아가셨으니 이 집의 여주인은 아가씨입니다. 너무 속내를 들키지 않도록 주의해 주십시오.”

“……그래, 그렇네요…… 고마워, 레베카.”

그리운 대화였다. 레베카의 엄숙함과 고지식함은 그녀가 전속 메이드로 일했던 나탈리아의 어머니의 영향이다. 어머니가 몸져 누운 후 어머니를 대신해 잔소리꾼이 된 메이드장의 태도에 나탈리아는 그만 웃고 말았었다.

확실히, 그날도 이런 대화를…….

“어디서 굴러먹던 개뼈다귀일지도 모를 여자에게 공작가의 내부사정이 알려지면 안되니까요.”

레베카는 강철로 만들어진 것 같은 철가면을 약간이나마 비웃는 듯이 일그러뜨렸다.

“주인마님의 장례를 치른 지 불과 3일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애인을 후처를 데려 오시다니…… 주인님도 곤란한 분입니다. 코르티자노 가문에 연이 있는 분이시라지만, 역시 데릴사위로는 공작가에 걸맞는 처신이 어려우신 걸까요.”

“………….”

항상 엄숙하고 규율이 엄격한 레베카로서는 보기 드문, 명백한 멸시였다. 보는 것은 두 번째였지만, 그래도 의외인 것에는 눈이 휘둥그레진다. 철의 여인으로서 하인들을 통솔하는 늙은 메이드가 이렇게 감정을 드러내는 것은 돌아가신 어머니에 대한 경애가 얼마나 깊은지 말해주어 가슴이 뜨거워진다.

“게다가 아가씨와 동갑내기 사생아까지…… 돌아가신 주인마님에 대한 배신입니다.”

“윽!?”

사생아.

그 한 마디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표정이 굳은 나탈리아에게 레베카는 다소 말을 많았다고 생각했는지, 평소의 무표정한 얼굴로 되돌려 깊게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아가씨. 주인마님이 돌아가셔서 누구보다 가슴 아파하고 계실 아가씨에게 들려드릴 말이 아니었습니다. 메이드장으로서 있을 수 없는 언행이었습니다.”

“아, 아뇨. 괜찮아요, 레베카.”

내심 동요를 그대로 감추고 나탈리아는 주입될 정도로 배운 숙녀의 미소를 지었다.

“……옷을 갈아입으시죠. 아침 식사 전에 도착한다 하셨으니 서둘러 준비하셔야 합니다.”

“알았어요.”

레베카가 짝짝 손뼉을 치자 방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메이드들이 방 안으로 들어왔다.

나탈리아는 침대에서 내려와 커다란 거울 앞에 섰다.

어머니에게 물려받은 진홍색 머리카락.

살짝 치켜 올라간 드센 인상의 가느다란 눈동자.

네글리제가 벗겨지고 드러난 피부는 얼룩이나 더러움 하나 없이, 닦은 진주처럼 흠 하나 없다.

어디에도 강간의 흔적은 없었다.

자신는 분명 죽어가고 있었을 것이다. 아니면 그건 그저 악몽이었던 것일까. 아니면 지금 보고 있는 것이야 말로 죽음 직전의 주마등인 것일까.

하지만 느껴지는 모든 것이 너무도 현실적이다. 꿈이라고 단정 하기에는 머리를 빗기는 빗의 감촉도, 실크 속옷의 매끄러운 촉감도, 모든 것이 생생하다.

(……돌아왔어? 정말로 돌아온 건가요……?)

다시 시작하도록 해라.

그 검은 미청년은 그렇게 말했다. 자신은 그 죽음의 문턱에서 과거로 돌아 왔다는 것인가…….

(……회고의 여신 움르즈…….)

달의 여신의 딸들인 과거, 현재, 미래를 관장하는 세 자매 여신 중 과거를 관장하는 여신은 자비로운 여신으로 유명했다. 어느 날 과거의 여신에게 ‘과거의 실패를 되돌리고 싶다’는 신도가 나타났다. 과거의 여신은 그 소원을 들어주고 신자의 영혼을 과거로 보내 다시 한 번 인생을 시작하게 해주었다. 하지만 그 신도가 과거의 실패를 수정함으로써 다른 인간이 실패하고 말았다. 그 인간 역시 과거의 여신은 다시 시작하게 해주었다.

과거의 실패를 후회하는 인간을 계속해서 다시 시작하게 만드는 첫째 여신에게 자매 여신들이 고언을 올렸다.

‘과거를 바꿀 수 없기에 인간은 현재를 열심히 사는 것이다. 과거를 바꾸는 기적은 인간의 삶에 대한 겸손함을 빼앗아 버린다’ 라고 현재를 관장하는 둘째 여신이 말했다.

‘인간이 바꿀 수 있는 것은 미래뿐. 그렇지 않다면 인간은 끝없이 과거를 되풀이할 뿐이다. 과거에만 집착하는 인간은 죽은 자와 다를 바 없다’ 라고 셋째 여신이 말했다.

‘괴로운 현재에 배신당해 절망한 인간에게 그런 말이 무슨 위로가 되겠는가. 불합리한 죽음을 강요당하는 인간에게 미래를 바꾸라고 하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인간은 태어난 이상 누구나 행복할 권리가 있다.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인간의 보호자인 신들의 사명이 아니겠는가’ 라고 첫째 여신이 반박했다.

이후 질서를 지켜야 할 시간의 여신에 있어서 그 자비심 때문에 질서에 등을 돌리고 혼돈의 신이 된 과거의 여신은 ‘회고의 여신 움르즈’로서 자매 여신들과 대립하게 되었다……. 라고 전해지고 있다. 교회가 과거에 얽매이는 어리석음을 설법하기 위해 쓰이는 신화 중 하나다.

자신은 우연히 회고의 여신의 권속을 소환하는 자리에 입회해, 신화에서 전해지는 ‘재시작’의 기적을 받았다는 것인가…….

(너무나도 어처구니 없다…… 어처구니 없지만, 이건…….)

아무리 어처구니 없어도 이것은 현실이었다.

자신는 ‘재시작’의 기적을 얻었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절대 잘못되지 않도록 행동하지 않으면…….

“다 되었습니다, 아가씨.”

거울에 비친 나탈리아는 감색 드레스 차림이었다. 코르티자노 가문의 상징인 진홍색 머리가 돋보이는, 마음에 들어하는 차림이었다.

“……갈까요.”

고개 숙여 인사하는 메이드들의 배웅을 받으며, 나탈리아는 우울한 기분을 참고 새침한 얼굴의 가면을 썼다. 곧게 등을 펴고 걷는 그녀의 비스듬히 뒤편에서 레베카가 시중을 들었다.

코르티자노 공작가의 저택은 크다. 왕국의 필두 귀족이니 당연하다. 당연히 현관홀도 넓고 화려하다. 나탈리아가 현관에 다다르자 귀족 복장의 중년 남성이 두 팔을 벌려 모녀처럼 보이는 두 사람을 반기고 있었다.

“아, 왔구나, 나탈리아…… 이 두 사람이 이야기 했던 사람들이다.”

나탈리아가 홀 계단을 내려가자 중년 남성―― 나탈리아의 아버지가 돌아보며 두 사람을 소개했다.

“이쪽이 밀리시아, 나의 새 아내가 되어줄 여성이다.”

아버지에게 소개받은 여자가 깊이 고개를 숙였다. 아름답지만 심약해 보이는 여성이다. 태도도 겸손하고, 전회―― 1주차와 마찬가지로 공작가에 들어온 것을 달가워 하지 않았다. 그녀는 아버지의 도움을 받아 살아온 평민이지만, 원래는 몰락했다고는 하나 남작가의 딸이라는 듯 했다. 귀족으로서의 지식이 조금이나마 있어서 자신의 처지가 얼마나 위태로운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아버지는 코르티자노 공작으로 불리지만, 가주는 직계 외동딸인 나탈리아가 잇고 있었다. 그는 어디까지나 당주 대리로서 나탈리아의 대리인이다. 코르티자노 공작 대행 대리 등 복잡한 호칭은 우아하지 않아 편의상 공작이라고 불리는 것이다. 밀리시아라는 여성은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주제넘게 굴지 않고 나탈리아에 대해 공손하게 대하고 있다.

그녀는 문제없다.

문제는…….

“그리고 네 동생이 될 안나다.”

아버지가 등을 떠밀려 옅분홍색 머리의 소녀가 앞으로 나왔다. 커다란 눈망울의, 귀여운 인상의 소녀다. 자신과 동갑이라 현재 16살이겠지만, 둘이나 셋 정도 어려 보인다.

“처음 뵙겠습니다, 언니! 안나 코르티자노입니다!”

아버지의 애인의 딸이자 이복 여동생이 높은 소리로 자기소개를 했다.

현관 홀 벽 근처에서 대기하고 있던 하인들이 움찔, 하고 몸을 떨었다. 안나의 어머니 밀리시아도 금세 얼굴이 새파랗게 변했다.

안나는 코르티자노라는 성을 자칭할 자격이 없다. 그 성을 자칭하려면 이 집의 주인인 나탈리아가 인정한 다음이어야만 한다. 지금의 안나는 공작의 딸이 아니라 공작(대행)의 대리의 딸에 불과하다.

“………….”

전회의 나탈리아는 ‘무례한 것! 코르티자노의 성을 칭해도 좋다고 누가 허락했나요!?‘ 하고 꾸짖었다. 밀리시아에 대해서도 ‘도대체 어떤 교육을 한 건가요?‘ 하고 비난의 시선을 보냈다.

이 당연한 질책에도 안나는 ‘너무해! 언니는 내가 싫구나!‘ 하고 눈물을 흘리며 아버지에게 매달렸고, 아버지는 안나가 아닌 나탈리아에게 쓴소리를 했다. ‘익숙하지 않을 텐데 그렇게까지 엄하게 말하지 않아도 괜찮지 않느냐.’ 하는 식이었다. 원래대로라면 이 정도는 아버지가 훈계를 해야하는 것인데도.

생각해보면, 이 첫 만남 이후 줄곧 나탈리아는 안나를 꾸짖어 왔다. 아버지는 안나를 꽤나 애지중지했던 모양이다. 밀리시아 부인의 말도 안나는 듣지 않았다. 코르티자노 가문에 속한 자로서 부끄럽지 않도록 꾸짖는 것은 나탈리아밖에 없었다.

“……나탈리아 코르티자노여요. 잘 부탁드려요.”

꾸짖고 싶은 마음을 꾹 참고 나탈리아는 애써 담담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잘 왔어요, 코르티자노 가문에. 자세한 것은 집사에게 맡겨 두었으니 그에게 들으세요…… 갈까요, 레베카.”

그렇게 말하고 나탈리아는 이복 여동생에게 등을 돌렸다. 무언가 말이 걸려 왔지만, 무관심을 가장해 빠른 걸음으로 계단을 올라 자기 방으로 돌아갔다. 방의 소파에 앉아 담아둔 숨을 깊게 내쉬었다.

“괜찮으십니까, 아가씨?”

레베카가 무표정하면서도 어딘가 곤혹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저런 예의없는 계집을 아무 꾸중도 없이 맞아들이면 더 심해질 것 같습니다만…….”

“괜찮아요, 레베카.”

나탈리아는 우울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저는 그 애와 관계되고 싶지 않아요…… 내버려두죠. 훈계하는 것은 아버지의 역할이지, 제가 할 일이 아니니까요.”

(네, 그래요…… 더 이상 관계되는 것은 사양이에요…….)

나탈리아는 안나를 교정하려고 했다. 귀족영애로서 최소한의 예의범절을 배우라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말했지만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그녀는 ‘그런 건 못해.’, ‘너무 엄격해.’, ‘딱딱한 건 성에 안 맞아.’ 같은 말만 되풀할 뿐, 평민으로서 방자함을 숨기지 않았다.

아버지에게 말해도 그는 그저 안나를 애지중지할 뿐이었다. 이해가 안 되는 것도 아니었다. 나탈리아는 어머니에게 엄격하게 훈육을 받았고, 어릴 때부터 제1왕자의 약혼녀로서 왕족 교육도 받았다. 아버지가 딸을 귀여워할 기회는 거의 없었다. 그래서 사생아인 안나를 애지중지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보다 왕립학원 입학 준비를 진행해줘. 입학까지 한 달도 안 남았으니까 되도록 서둘러서.”

“네…… 하지만 아가씨. 그 여자의 준비도 해야 합니다만?”

“아버지는 안나도 학원에서 공부하게 하고 싶다고 하셨죠?”

“말도 안 됩니다. 저런 예의없는 여자를 학원에 보내다니…… 저희 가문의 평판에도 조금은 흠집이…….”

“상관없어요.”

나탈리아는 고개를 저으며 레베카의 의견을 거절했다.

“공작가의 평판 같은 건 아무래도 좋아요. 결국 곤란하게 되는 건 그 여자니까.”

“하지만…….”

“그 이야기는 여기까지예요, 레베카. 저는 그 여자와는 관계되고 싶지 않아요.”

헛고생을 하면서도 안나를 위해 계속 꾸짖은 결과가 전회의 그 최후였다. 그렇게 죽을 바에야 공작가가 뒷담화를 듣는 것 정도는 대수롭지도 않다.

나탈리아는 더 이상 그런 비참한 죽음은 절대로 사양이었다.

그렇게 왕도 귀족학원 입학 당일.

전회와 마찬가지로, 안나는 곧바로 저질렀다.

영애에게 있을 수 없는 큰 소리로 떠들고, 꼬꾸라져서 구르면서 빌렘 제1왕자에게 달려들었고. 허락도 없이 왕자의 퍼스트네임을 불렀다.

전회의 나탈리아는 큰 소리로 안나를 꾸짖었지만, 이번에는 재빨리 학원 건물로 들어갔다.

“나탈리아 님…… 저게 소문의 여동생인가요?”

“이 얼마나 파렴치한 행동…… 평민으로 자랐다고는 하지만, 조금…….”

“코르티자노 공작가의 이름을 더럽히지 않겠습니까……?”

일찌감치 안면이 있었던 영애들이 왕족을 상대로도 능청스럽게 행동하는 안나에 대해 쓴소리를 해왔지만, 나탈리아는 대충 흘려넘겼다.

성가시고 화가 났지만…… 결국 그 정도일 뿐이다. 전회의 나탈리아는 이런 쓴소리가 공작가의 간판에 흠집을 내는 행위라며 속을 태웠지만, 그대로 둔다고 해서 실질적인 해는 거의 없다.

가문의 이름이 다소 상처가 난 걸로 흔들릴 정도로 왕국 필두 귀족이라는 직위는 가볍지 않다.

나탈리아의 약혼도 후원하고 있는 것이 왕비 폐하다. 나탈리아 본인이 어지간히 빈틈을 보이지 않는 한, 빌렘 전하께서도 무리해서 파혼할 리 없다.

(안나와 관계없이, 조용하게 보내면 될 뿐이에요…….)

나탈리아는 학원에서 면학에 힘썼고, 왕성에서 왕족 교육을 받았다. 안나를 볼 때마다 그녀의 내면의 설교마가 근질근질했지만, 애써 못 본 척했다.

잔소리가 심했던 나탈리아가 주의를 주지 않아서인지 안나는 지난번보다 더 자유분방하게 굴었다. 빌렘을 따라다니며 그의 측근들과 ‘수다’를 떨었다. 당연히 측근들과 약혼한 영애는 좋은 표정을 짓지 않았다. 다른 영애들 역시 왕세자 후보와 그 측근이라는 고위 귀족의 영식에게 서슴지 않고 다가가는 안나에게 짜증을 냈다.

어느새 왕립학원의 분위기는 어수선해지기 시작했다.

전회, 나탈리아가 안나를 질책하고 있었던 것이, 그것만으로도 조금은 불만을 잠재우는 역할을 했었던 모양이다.

“――학원 분위기가 좋지 않은 것 같아요.”

왕성에서의 왕족 교육 후 다과회. 우아하게 홍차를 즐기는 왕비 폐하가 나탈리아의 진의를 살피듯 말을 건넸다.

“안나, 라고 하던가요? 꽤나 개성적인 성격이라고 하더군요? 여러 가지로 재미난 이야기가 들려오는군요.”

“……귀를 더럽혀서 송구합니다.”

나탈리아가 사과하자 여왕은 컵을 소서에 되돌려 놓고 자세를 바로잡았다.

“당신답지 않군요, 나탈리아. 코르티자노 공작가의 가명에 자긍심을 가진 당신에겐 그런 여자는 가장 거슬릴 텐데요.”

“………….”

“그런데 당신은 그 여자에게 아무런 충고도 경고도 하지 않고 있어요…… 그 이유가 궁금하군요.”

단아한 표정으로 힐문하는 왕비는 나탈리아의 돌아가신 어머니를 닮은 면이 있었다.

나탈리아의 어머니와 왕비는 왕립학원 시절부터 절친한 친구였고 나탈리아가 빌렘 제1왕자의 약혼녀로 선택된 것도 가문뿐만 아니라 어머니 간의 인연이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후 왕비가 나탈리아의 후견인이 되었다. 어머니가 생전에 부탁한 모양이다.

돌아가신 어머니와 비슷한 분위기의 왕비 폐하는 나탈리아에게 동경하는 여성이었다. 경외하면서도 제2의 어머니처럼 생각하고 있었다.

“……말해봐야 헛수고였으니까요.”

“당신답지 않은 말투군요. 헛수고라는 말로 무례함을 용서할 정도로 당신은 쉽게 포기하지 않는 성격으로 기억하는데?”

“……사람에 따라 다릅니다. 뭘 어떻게 해도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사람도 있으니까요.”

신세를 지고 있는 왕비에게 속이는 듯한 대답을 하는 것에 죄책감을 느낀다. 물론 전회의 나탈리아라면 아무리 헛수고에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해도 안나를 꾸짖었을 것이다. 가문에 대한 자긍심을 가진 나탈리아에게 그것을 더럽히는 짓거리를 보고만 있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건 전회까지의 이야기다.

자긍심은 중요하지만, 그것을 너무 중시하다가 악명을 뒤집어쓰고 죽는 것은 절대 싫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타협은 어쩔 수 없다.

“……그 여자는 인간이라기보다 요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생물입니다. 인간의 말은 아무리 말해도 알아듣지 못해요.”

“요정, 인가요…… 타인에게도 자신에게도 엄격한 당신이 그렇게까지 말하게 하다니…….”

여왕은 작게 한숨을 쉬었다.

“그 요정에게 불초한 아들이 꽤나 빠져 있다는 소문도 들리는데?”

“빌렘 전하께서 바라신다면 애첩으로 삼으셔도 이의 없습니다.”

“……알았어요. 그런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지요.”

“송구스럽습니다, 왕비 폐하.”

“골치가 아파요. 빌렘은 나름대로 우수하다고 생각했는데…….”

여왕은 다시 한 번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게 약간의 문제는 있었지만 나탈리아는 조용히 하루하루를 보냈다. 학원 과제와 왕족 교육으로 벅차 이복 여동생에게까지 손이 미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나탈리아가 관여하지 않는 바람에 안나는 학원에서 자유분방하게 지내고 있었다. 여전히 제1왕자와 그 측근인 고위 귀족의 영식에게 정숙한 영애들이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스킨십을 거듭했다. 학원 영애들의 차가운 시선 같은 건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

그 능청스러움이 어디서 나오는지 어이없어하는 나탈리아였지만, 동시에 안심하기도 했다. 그렇게 자유분방하게 행동한다면 자신이 안나를 학대한다는 언급은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던 나탈리아였지만.

“나탈리아 코르티자노 공작영애! 네년과의 약혼은 파혼한다!”

“…………네?”

학원 입학 후 약 반년 후.

학원의 창립 기념 파티 자리에서 나탈리아는 빌렘 제1왕자로부터 파혼을 통보받았다. 그리고 그의 곁에는 안나가 꼭 껴안겨 있었다.

“네년이 안나에게 저지른 비열한 학대는 이미 전부 밝혀졌다! 배다르다고 하나 피를 나눈 동생을 학대하는 마음이 비열한 여자를 국모로 삼을 수는 없다!”

“그, 그런…….”

전회와 같은 단죄극에 나탈리아는 비틀거릴 것 같은 몸을 필사적으로 지탱했다.

“거, 거짓이에요! 제가 언제 제가 안나를 학대했다는 건가요!?”

“닥쳐라! 변명이라니 보기 흉하다!”

듣지 않겠다는 듯이 목소리를 높인 빌렘은 나탈리아를 문답무용으로 구속했다.

그렇다고는 하지만, 역시 이번엔 바로 국외 추방되지는 않았다.

전회에는 국왕 폐하와 왕비 폐하가 함께 왕국 남부로 휴양 중이었지만, 이번에는 왕비 폐하가 왕도에 남아 있었다. 왕족 교육으로 대화할 기회가 많았던 나탈리아가 ‘최근 제1왕자 전하는 주의가 필요하다’ 라고 이야기해 놓은 것이다.

덕분에 역시나 제1왕자라도 문답무용으로 국외 추방 같은 강권을 발동할 수 없었고, 나탈리아는 귀족을 연금하기 위한 작은 저택에 갇히게 되었다.

“……허술했어요.”

쇠창살이 끼워진 창문으로 음울한 흐린 하늘을 바라보며 나탈리아는 혼잣말 했다.

안나와 관계되지 않으면 빌렘도 나탈리아가 학대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지만, 아무래도 그는 처음부터 나탈리아를 내쫓을 생각이었던 것 같았다. 가끔 다과회에서도 무미건조한 대화만 했고, 좋아하지 않는다고는 생각했지만, 정략결혼이라는 귀족의 의무는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하지만 이번에는 왕비 폐하께서 계셔요. 분명 도와주실 거예요.”

왕비는 긍지 높고, 규율이 엄격한 여성이다. 여러 사람이 보는 앞에서 일방적인 파혼 같은 횡포는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하물며 그것이 백성의 규범이 되어야 할 왕족이 저지른 짓이라면, 필시 분노할 것이 틀림없었다.

머지않아 이 비좁은 저택에서 벗어날 수 있을 거라고 나탈리아는 낙관하고 있었다. 그만큼 왕비를 신뢰하고 있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하지만…….

“나탈리아 코르티자노. 네년를 이송한다.”

연금 3일째, 허락도 없이 들어온 기사에게 수갑이 채워진 나탈리아는 짐짝처럼 거칠게 마차에 태워졌다. 그 마차도 죄인을 싣는 용도인 듯 허름한 것이었다.

죄인의 도주를 막는 좁은 창문을 통해 밖을 내다보니 왕도의 모습은 평소와 사뭇 달랐다. 묘하게 살벌한 분위기가 감돌고, 오가는 사람들도 불안한 표정뿐이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건가요?”

마부에게 묻자 그는 나탈리아를 비웃듯이 코웃음을 쳤다.

“모르는 거야? 왕비 폐하께서 돌아가셨다고.”

“……………………네?”

“이틀 전 일이다. 왕성은 위아래로 난리야.”

“………….”

나탈리아는 아연실색했다.

돌아가셨다고? 왕비 폐하가?

“그, 그런…… 사, 사인은 뭔가요!?”

“송구하게도 독살이라네. 용의자로는 핀드라이드 후작가, 마두라 백작가, 그리고 에린지아 백작가 등이 수사를 받고 있어. 더 늘어날 거야.”

마부는 남의 불행이 재밌는지 조소했다. 그가 언급한 것들은 전부 국내에서 권력을 가진 귀족들이다. 만약 그들이 몰락한다면 국내 정치의 균형은 크게 깨질 것이다.

(대체……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가요……?)

혼란스러운 나탈리아였지만, 그런 사치가 허락된 것은 아주 짧은 시간이었다.

왕도를 떠난 지 얼마 안되어 마차는 가도를 벗어나기 시작했다. 밤이 되어도 계속 달리던 마차가 멈춘 것은 동이 트기 직전의 가장 조용한 시간이었다.

“내려.”

끌려나온 나탈리아가 본 것은 숲 속에 진을 치고 있는 무장한 사내들이었다. 병사도 아니고 용병도 아니었다. 야만적인 기색을 감추지도 않는 그들은 어느 정도 조직화된 도적단 같았다.

“저게 이번 ‘상품’인가?”

“네. 상당한 물건이잖나요?”

마부가 나탈리아의 턱을 잡아 올려 고개를 들게 했다. 정면의 남자에게서 풍기는 비위생적인 냄새에 나탈리아는 무심코 얼굴을 찡그렸다.

“호오? 드셀 것 같은 아가씨다. 이런 여자를 굴복시키는 것은 참을 수 없지.”

“……윽!?”

입맛을 다시는 남자에게 나탈리아는 생리적 혐오감으로 얼굴을 더욱 찡그렸다.

“확실히 좋은 물건이다. 약속한 금액으로 받아가겠다.”

남자가 마부에게 가죽 자루를 던졌다. 마부가 받을 때의 묵직한 금속음으로 미루어 보아 상당한 금액이 들어 있는 것 같았다.

“또 좋은 물건이 들어오면 연락해.”

“물론입죠. 어차피 요즘 같은 시대니까요. 좋은 물건은 계속 들어옵니다.”

마부가 큭큭 웃었다.

(서, 설마 이건…… 문제가 되고 있다는 인신매매……?)

노예의 밀거래가 문제가 되고 있었지만, 말단이라고 해도 관리가 공급처라니. 게다가 대화로 미루어 보아 이번이 처음인 것도 아닌 듯 했다. 하물며 왕비 암살 같은 한참 혼란스러운 시기에 벌어진 일이다. 이런 뒤가 구린 거래를 하기에는 절호의 타이밍일 것이다.

돈을 받은 마부는 마차로 돌아가 말을 채찍질하며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 남겨진 나탈리아는 냄새나고 야만적인 남자들에게 둘러싸인다.

“상당한 미인이다. 그렇지 않냐, 너네들?”

“예이.”

“두목님 말씀대로.”

마부가 대화를 한 남자가 도적의 두목 같았다. 나탈리아의 허리 정도로 굵직한 팔을 드러내며, 자못 힘으로 지배하는 듯한 기색을 풍기고 있었다.

“그럼, 아가씨? 넌 이제 우리 것이다. 얌전히 말 잘 들어라.”

“시, 싫엇!”

두목이 뻗은 손을 나탈리아는 무심코 뿌리쳤다.

“………….”

두목은 뿌리쳐진 자신의 손을 물끄러미 쳐다보며 쓴웃음을 지으며 주먹을 쥐었다.

퍽!

“아윽!?”

주먹으로 뺨을 맞고 나탈리아는 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아픔보다 처음으로 맞은 사실에 충격을 받은 나탈리아는 자랑스러운 빨간 머리카락을 붙잡혀 억지로 얼굴이 들려진다.

“으, 으으…….”

“좋다고, 그런 드센 태도. 두고두고 즐길거리가 늘어나는 거니까.”

지극히 태연한 남자의 태도에 나탈리아는 벌벌 떨었다. 폭력과 인연이 먼 세계에서 자란 나탈리아는 폭력 그 자체에 공포를 느꼈지만, 두목의 태도야말로 진정한 공포였다. 숨 쉬듯 폭력을 휘두르는 인간은 나탈리아에게는 이해할 수 없는 괴물이었다.

“그럼 가볼까? 안심해, 재갈 따위 물리지 않아. 우린 신사니까. 그렇지, 너네들?”

도적들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비명을 지르면 그때마다 얻어맞을 것이다. 오히려 나탈리아가 저항하기를 바라고 있을지도 모른다. 도적들이 나탈리아를 향한 눈에는 무언가를 기대하는 듯한 안광이 있었다.

“………….”

나탈리아는 입을 꾹 다물었다. 그 외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상품’으로서 나탈리아를 도적단이 끌고간 곳은 빅팀 왕국 남부의 한적한 항구도시였다. 영주도 한패인지, 거리 1급지의 저택이 그들의 본거지가 되어 있었다.

도적단이 주인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넓고 쾌적한 저택에서.

나탈리아는 이번에도 또 강제로 처녀을 빼앗겼다.

“히긱…… 싫어어어어엇!!”

벌거벗은 남자들로 북적이는 큰 방으로 끌려간 나탈리아는 옷을 벗겨지고 전희도 없이 처녀를 빼았겼다.

이번에 그녀의 첫 남자가 된 것은 당연히 도적단의 두목이었다.

“오, 오오…… 빡빡한데도 부드러워, 와우. 이건 대박이다.”

“앗, 아그, 으…… 윽.”

킹사이즈 침대에서 기골 장대한 남자에게 덮쳐져서 비명을 지르는 나탈리아를 다른 남자들은 소파나 의자에 앉아 편하게 앉고 큭큭거리며 보고 있었다.

(또…… 또!)

전회와 마찬가지로 강간당하고 처녀를 빼앗기는 과정이 쇼처럼 취급되고 있었다. 두 번은 사양이라고 여겼던 굴욕과 치욕이 반복되어 나탈리아는 눈물을 뚝뚝 흘렸다.

“울고 있을 시간 없다고, 아가씨!”

“응그으으으~~~~윽!?”

두목의 일물이 억지로 움직였다. 전회에서 나탈리아의 처녀를 앗아간 육봉과 비슷하거나 약간 굵은 강직함은 개통 직후 만족하여 젖지 않은 질구에게는 흉기일 뿐이다. 민감한 장소을 억지로 비집어지고 벌려지는 고통에 나탈리아는 비명을 섞인 애원을 한다.

“그, 그만해…… 아파, 아파요…… 그만…… 으극!?”

뺨을 얻어맞고 말이 끊겼다.

“자꾸 말하게 하지 마라. 넌 우리들의 ‘물건’이야. 물건이 주인에게 명령을 해도 좋다고 생각하나?”

“며, 명령이라니…… 으극!”

더 세게, 이번에는 반대쪽 뺨이다.

어금니가 흔들리는 듯한 충격에 나탈리아는 “히익, 히익.” 하고 경련하듯이 헐떡였다.

“말대꾸는 용서 안 해. 넌 얌전하게 쑤셔 박히면 된다고. 쑤셔 박혀서 아프면 알아서 해결해라. 우리한테 뭘 해달라고 하기 전에 말야. 알았이지?”

“아, 알았어요…… 알았으니까 때리지 마세요…… 죄송해요, 죄송해요.”

두 팔로 얼굴을 감싸며 나탈리아는 애원한다. 용서를 구할 수밖에 없었다. 순수한 폭력 앞에서는 귀족의 자긍심 따위 아무런 방패가 되지 못했다.

그저 맞기 싫다는 일념으로 나탈리아는 눈물 섞인 사과를 했다.

“이제야 알았나. 알았으면 얼른 젖게 해.”

“어,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나탈리아는 상대방의 표정을 흠칫흠칫 살피며 물었다.

“스스로 허리를 움직여 봐. 특별히 나는 이대로 움직이지 않고 있으마. 느낄 수 있도록 움직여. 그러면 저절로 젖게 될 거야.”

주먹에 겁먹은 계집에게 기분이 좋아진 두목은 큭큭 웃으며 명령했다.

“아, 알았어요…….”

나탈리아는 두 손을 짚어 상체를 일으켜 등을 띄우고 어색하지만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누워서 사지로 버티며 허리를 꿈틀거리는 모습은 정말 우스꽝스러웠다. 허리를 내밀고 비참하게 남자에게 교태를 부리는 움직임. 비참함에 울컥하면서도 나탈리아는 맞고 싶지 않은 일념으로 필사적으로 허리를 움직였다.

“으응, 으응…… 응응.”

어떻게든 아프지 않도록 움직여 봤지만, 그러다 보니 남자의 일물이 파고든 질내가 점점 뜨거워지기 시작한다. 필사적이었던 나탈리아는 생각지도 못했겠지만, 아프지 않도록 움직인다는 것은 반대로 보면 기분 좋아지게 움직인다는 것이기도 했다.

“으응, 으응…… 응, 아아…….”

아픔을 참는 듯한 나탈리아의 목소리는 점점 뜨겁고 애달픔을 띤 울림이 되어갔다. 굳어 있던 표정이 서서히 풀리고, 공포로 창백해졌던 안색이 상기되기 시작한다.

슥슥 마른 천으로 문지르는 듯 것 같던 질의 마찰음이 어느새 쯔븝쯔븝 물기가 있는 점착음이 섞이기 시작했다.

“으응, 으응…… 응앗, 앗, 앗…….”

몸을 흔드는 것에 맞춰 출렁출렁 흔들리던 가슴의 끄트머리도 어느새 뾰족하게 솟아 있었다.

“앗, 앗…….”

불안정한 자세로 몸을 지탱하는 사지가 떨리기 시작했다. 특히 허벅지 안쪽은 가끔 나탈리아의 의지를 무시하고 움찔움찔 경련했다.

“앗, 앗…… 아앗♥”

갑자기 다리에 힘이 풀려 의도치 않은 각도로 육봉이 스쳤다. 배 안쪽 천장 부근을 쓰윽 세게 스치자 움찔하고 몸을 경련했다.

“하아, 하아……♥”

어느새 하체의 통증은 사라졌고, 꾸욱꾸욱 하고 몸부림치는 듯한 욱신거림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었다. 거의 쓰이지 않았던 장기가 일부러 그 존재를 강조하듯 꿈틀거리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연동하는 미육이 만들어내는 관능이 나탈리아의 매끈한 지체에 구슬 같은 땀을 맺히게 하고 있었다.

“오오…… 이건 엄청난 보지다. 이제까지 귀족영애의 처음을 맛본 적은 있었지만, 이렇게 야한 건 처음이야.”

꼴사납게 허리를 놀리고 있는 나탈리아를 내려다보며 두목은 만족스럽게 웃음을 지었다.

“이건 터무니없는 음란녀구만. 처녀였을 텐데, 쑤셔 박자마자 자지를 탐내고 말야. 이런 보지를 가졌으면서 귀족 아가씨라니 갑갑했겠지? 안 그래, 어이.”

머리와 엉덩이를 흔들자 이미 흠뻑 젖은 여자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말았다. 나탈리아는 자기도 모르게 “응크으응♥” 하고 달콤하게 울었다.

“하, 하아…… 그, 그런 거 아니에요…… 저는…… 저느은……♥”

“허리를 움직이면서 그러면 설득력이 없다고.”

“이, 이건 당신이 움직이라고 했으니까…… 으응, 으응♥”

쯔붑, 쯔붑 하고 육봉으로 자신의 꿀단지를 휘저으며 나탈리아는 괴로운 듯이 수려한 눈썹을 찡그렸다.

“하아…… 하, 아아……♥”

정절을 미덕으로 여기는 영애에게는 있을 수 없는 목소리.

말로는 아무리 부정하고 싶어도 이제 애액이 뚝뚝 떨어질 정도로 젖은 나탈리아의 꿀단지는 얄팍하게도 남자의 그것을 끈적하게 조이고 있었다. 허리를 움직이면 뒤엉킨 고기 주름이 쓱쓱 스쳐서 등줄기가 떨리는 쾌감에 허리가 녹을 것 같았다.

(아아…… 저는…… 저는 음란하지 않아요…… 그렇지 않은데, 왜 이렇게…… 이렇, 게에……♥)

마음과는 달리 육체는 점점 더 쾌락에 순종적으로 되어간다. 허리를 뒤틀 때마다 고조되는 관능의 음탕한 열기가 그녀의 긍지 높은 정신을 질퍽하게 녹여 간다.

“이건 정말 공들여 교육해야겠군.”

두목은 입술을 핥았다. 풍만한 가슴과 풍족한 엉덩이살을 흔들며 자랑스럽게 여기는 육봉을 삼키고 있는 소녀를 가학적인 웃는 얼굴로 내려다본다.

“좋아, 다음엔 자기만 기분 좋아지지 말고 남자도 기분 좋게 해봐.”

“하아, 하아…… 나, 남자, 도……?”

“그래. 자지를 칭송하고 자신이 얼마나 음란한지 호소해 봐. 자지를 쑤셔 박고 기뻐하는 것이 너무 좋은, 형편없는 암컷이라고 말야.”

“그, 그런 짓을…….”

“어이 어이, 내가 뭐라고 했지?”

두목은 큭큭 웃으며 주먹을 흔들어 보였다.

흠칫 겁먹은 나탈리아는 다급하게 허리를 크게 움직이며 사타구니를 찌걱찌걱 휘저으며 교태를 부리는 것처럼 웃었다.

“으응, 하아…… 두, 두목님의 으, 음경, 너무 기분 좋아요…….”

“앙? 어떤 점이?”

“하아, 하아…… 그, 그건…….”

이제야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숙여 움직이는 하체를 보자 놀라울 정도로 굵은 육봉이 자신의 속살에 박혀 있다. 애액으로 범벅이 된 거무스름한 장대는 철제 흉기처럼 흉측한 빛을 발하고 있었다. 여자의 존엄을 도려내고, 깎아내고, 짓밟는, 극태의 철퇴. 솟아오른 핏대는 뭔가 마술적인 장식처럼 느껴져서, 보는 것만으로 마음을 술렁이게 했다.

하지만 정말 놀라운 것은 저런 꺼림칙한 흉기를 받아들이고 있는 자신의 여성기였다. 저런 흉악한 것에 순응하고 있다는 사실이 자신의 육체의 배덕함을 증명하는 것 같았다.

“하아, 하아…… 커, 커다랗고, 굵고…… 으응. 그, 그리고 엄청 단단해요…… 아앗♥ 어쩔 수 없어, 어쩔 수 없어요…… 이렇게 늠름한 것에 찔리면 어쩔 수 없어요……♥”

“다른 건? 더 있잖아?”

“다른 것은…… 다른 것은, 아아아……♥”

움직일 때마다 질내에 파고든 귀두의 귀두관이 쓱쓱 주름을 문질러댄다. 화살촉처럼 젖혀진 귀두관이 안에서 바깥으로 끌려나갈 때마다 자신의 깊숙한 곳에 있던 추잡한 충동을 끄집어내는 것 같았다.

“하, 아아…… 그, 젖혀진 끄트머리가, 제 안쪽을 도려내듯이 끌어당겨서……♥ 이거, 이 모양, 너무 야해요…….”

“이거냐? 이거냐고?”

“앗♥ 앗♥ 아아~~~앗♥”

육봉이 찌르고 당기기를 반복할 때마다 귀두관이 긁어낸 애액이 찔꺽찔꺽 흘러나온다. 나탈리아의 질도에서 흘러나오는 음란한 분비물은 마르지 않는 우물물처럼 넘쳐 침대 시트를 흠뻑 적셔갔다.

“앗♥ 앗♥ 이거, 이거…… 이 두꺼운 거가…….”

“잘 기억해둬, 앞으로 이 녀석은 자지라고 말해라. 그것이니 장대니 애매한 표현은 허락 못 해. 자지다.”

“아, 앗…… 자, 자…….”

시키는 대로 말하려 한 나탈리아였지만, 얼마 남지 않은 수치심이 그 말을 삼켜버렸다. 지위가 있는 귀족영애가 입에 담기에는 너무 외설적인 말이었다.

“못 알아 들었어? 자, 자지다. 자지라고 말해!”

“히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잉!”

나탈리아는 등을 젖히며 비명을 질렀다. 빳빳하게 발기한 젖꼭지를 굳은살 지고 거친 손가락으로 짓눌리자, 그 흉악한 자극에 눈앞이 새하얗게 되었다.

“자, 말해. 자지다. 그 고상한 입술로 자지라고 말해봐.”

“히이잉! 아히이이이이이이이잉!?”

양쪽 가슴의 끄트머리가 짓눌러져, 더욱 무심한 손놀림으로 잡아 당겨졌다. 나탈리아의 가슴이 그 말랑말랑함의 한계를 가늠하는 듯이 당겨졌다.

“아힛!? 히이이이이이잉!?”

나탈리아는 흰 눈을 까면서 뒤집어진 목소리를 냈다. 그 목소리는 고통이라기보다는 당혹스러움이라는 현을 경악이라는 활로 켜는 듯했다.

젖꼭지가 짓눌려 찌그러지고, 모양 좋았던 부풀음이 비참하게 일그러진다.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자극이 흉부에서 온몸으로 파급되는데, 그것은 통증과 비슷했지만 통증이 아니었다.

고통과 종이 한 장 차이의 강렬한 쾌감이었다.

“자, 말해. 말해봐!”

“아힛!? 힉, 이이잉!?”

잡아 늘려진 젖이 상하좌우로 당겨지자 나탈리아는 번개에 맞은 듯이 고개를 젖혔다. 두 팔은 어느새 무너져 내렸고, 두 손은 어디론가 날아갈 것 같은 두려움에 시트를 움켜쥐고 있었다. 이제 그녀의 몸을 지탱하는 것은 쭉 뻗은 발끝과 뒤로 젖혀진 뒷머리라는 불안정한 세 점뿐이었다.

“아힉!? 아힉!? 아히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익!?”

(싫어어어…… 이러면…… 이러면 저느은……!?)

돌이킬 수 없을 것 같다는 두려움이 있었다. 이대로 가슴을 계속 괴롭혀진다면 소중한 것을 잃게 될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그것은 출신에 대한 자긍심인지, 아니면 가꾸어 온 상식인지…… 어쨌든 ‘나탈리아 코르티자노’라고 하는 인간을 형성해 온 무언가였다.

“응히이이이이…… 자, 자지! 자지자지, 자지이이! 두목님의 자지, 굉장한 거에요!!”

나탈리아는 용서를 구하듯이 자지, 자지를 반복했다.

긍지 높은 영애라면 결코 입에 담지 않을 단어를 반복하는 나탈리아에게 만족한 듯한 두목은 잡아당기던 가슴을 놓아주고 이번에는 손톱을 세워 움켜쥐었다.

“히이이이잉!? 말했는데!? 자지라고 말했는데……!?”

“누가 그런 거 말했나? 난 자지라고 말하라고 했을 뿐이라고?”

“응그으으으으윽!?”

쥐어 짜듯이 가슴을 양손으로 움켜쥐고, 뾰족하게 강조된 연홍색 유륜의 부풀어 오른 부분을 볼에 가득 머금는다. 쪼오오옥 하고 젖꼭지가 찢기듯이 빨리자 젖혀진 여체가 바들바들 떨린다.

“시러어어어엇!? 와요, 와요, 커다란게 와버려요……!?”

싫어, 싫어, 싫어.

하지만 마음속으로 아무리 간절히 빌어도 유선에 연결된 쾌락 신경은 사정없이 나탈리아의 뇌내에서 불꽃을 일으켰다. 반짝이는 불꽃의 수는 점점 늘어나고, 결국 임계점을 맞아 격렬하게 타올랐다.

“싫어, 싫어어♥ 와요, 와버려요♥ 가요, 가요―― 가요오오오오오오♥”

머리가 하얗게 되버리는 동시에 온몸이 감격에 겨운 듯이 떨렸다.

절정했다.

사랑도 위로도 없이, 난폭하게 가슴을 괴롭혀졌을 뿐인데.

“야앙♥ 야, 아아앙……♥”

움켜 쥐어있던 있던 가슴이 풀려나는 것과 동시에 나탈리아는 침대로 무너져 내렸다. 하아하아 거친 호흡과 함께 오르내리는 두 언덕은 그 끄트머리를 중심으로 저릿저릿 몸부림치는 듯한 동통이 자리 잡고 있었다.

(아, 아아…… 저…… 저는 가슴만으로…….)

나탈리아로서는 외면하고 싶은 사실이었다. 강간이라고는 하지만, 질에 삽입되어 절정에 이른다면 그래도 이해할 수 있다. 페니스로 바기나를 문지르면 쾌감이 생기는 것은 당연한 육체적 반응이다.

하지만 젖꼭지를 괴롭혀지고, 가슴을 난폭하게 만져지면서 느끼거나 했다는 것은 너무 음탕하고 한심한 반응이다. 잘 느끼고, 음란한 육체라는 것을 증명하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나탈리아는 생각했다.

(저는…… 저는…….)

정숙하도록, 긍지 높도록 노력해 온 지금까지는 무엇이었을까. 남자에게 농락당해 한심하게 절정에 이른 음란녀라는 사실은 나탈리아를 지탱해 온 ‘공작영애’라는 기반을 크게 흔들었다.

“야야, 뭘 멍하니 있어? 아직 안 끝났잖아?”

“아앗!?”

젖꼭지 절정의 충격에 출 늘어져 있었던 나탈리아였지만 두목은 상관없다는 듯이 허리를 흔들며 꿀단지를 휘저었다.

그렇다, 가버린 것은 어디까지나 나탈리아였고, 두목의 강직은 아직 사정에 이르지 않았다.

“응큭!? 야, 아아…… 모, 몸이 아직 민감한데…….”

“그거 좋군.”

두목은 탈진한 나탈리아를 끌어안아 대면좌위로 이행한다. 깊숙이 파고든 육봉이 질 안쪽을 들어 올리자 나탈리아는 무심코 “응크응♥” 하고 헐떡였다.

찔꺽, 찔꺽, 찔꺽.

“앗♥ 앗♥ 앗♥”

위아래로 흔들리며 질 안쪽에 도달한 귀두가 자궁구를 살짝 두드린다. 나탈리아의 두개골 속에서 새로운 뇌내 마약이 터져 나온다. 절정 후의 몽롱했던 의식이 더욱더 위로, 위로, 밀어 올려진다.

“앗♥ 앗♥ 젖꼭지 쓸려♥ 가랑이의 콩도♥”

바짝 끌어당겨져서 안겨 있는 나탈리아는 그 전면의 대부분을 남자의 육체에 밀착되어 있었다. 두목의 힘찬 허리놀림으로 위아래로 흔들릴 때마다 민감해진 젖꼭지가 남자의 다부진 가슴팍에 스쳤고, 철사 같은 음부의 강모가 민감한 클리토리스를 문질러댔다. 가슴에서 사타구니에 이르는 부드러운 피부가 남자의 우락부락한 근육에 쓸릴 때마다 소름끼칠 정도로 달콤한 소리가 새어나온다. 마치 교태부리는 듯한 소리였다.

“하아♥ 하아♥ 하아…… 응븝!?”

두목의 두툼한 입술이 사정없이 자신의 입술을 짓눌러왔다. 열병에 걸린 듯 어지러운 의식으로는 저항할 수조차 없었다. 아니, 오히려 ――.

“응응!? 응, 츄우…… 응, 후아아…….”

츄웁. 츄웁. 츄웁.

끔찍한 키스였다. 남자의 숨은 냄새났고, 침은 썩 것처럼 시큼한 맛이었다. 두툼하고 긴 혀가 기어다닐 때마다 듣기 괴로운 탁한 소리가 났다.

최악의 키스였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두툼한 혀가 입안에 침입해서 기어다닐 때마다 오싹오싹 어깨를 떨었다.

배덕감에 정신이 아찔해졌다.

자신이라는 여자가 얼마나 음란한지 알려주는 듯한 키스였다.

츄릅, 츄르르, 츄르르릅.

침을 주고받는 소리가 울렸다. 자신의 몸이 이렇게 천박한 소리를 낼 줄이야.

“푸핫. 키스만으로 이렇게 느끼는 녀석은 드믄데. 목구멍을 간지럽힐 때마다 보지를 조여오다니.”

“하아……♥ 하아……♥”

“키스로 이 정도면 이쪽은 어떨까?”

“응크으응!?”

엉덩이를 쓰다듬던 손이 불결한 구멍에 닿았다.

“아, 아…… 거, 거기는…….”

“안심해. 이 정도로 음란하다면 뒷구멍도 금방 익숙해질 거야.”

두목은 자세를 바꿨다. 나탈리아를 끌어안은 채 벌렁 드러누워 육봉을 삼키며 벌어진 음열과 태어나서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았던 공작영애의 항문을 부하들에게 잘 보이게끔 했다.

나탈리아의 아누스는 침착이 옅고, 고상하게 꾹 닫혀 있었다. 불결한 구멍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예쁘고 가련하게 오므라져 있었다.

“아, 아, 아…….”

나탈리아는 벌벌 떨었다. 남자들의 시선이 자신의 항문으로 향하고 있었다. 누구에게도 보여서는 안 되는 치부를 보고 있었다.

피욕이나 굴욕을 넘어 이제는 공포 그 자체였다.

“싫엇 싫엇 싫엇 ――――!?”

쯔붑, 쯔부웁..

단단하고 굵고 우락부락한 손가락이 괄약근을 벌리고 침입해 왔다.

“싫, 어어…… 싫어어……!?”

“겁먹지 마. 금방 기분 좋아질 테니까.”

두목이 낄낄 웃는다.

나탈리아에게 있어 정말로 무서운 것은 기분이 좋아지는 것이었다. 항문 같은 수치스러운 곳으로 기분이 좋아진다…… 그런 변태 같은 짓을 알고 싶지 않았다.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두목을 비롯한 도적들은 나탈리아의 공포를 눈치채고 이죽거리며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그들은 이제 이 소녀에게 주먹이 필요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소녀를 무너뜨린 것은 소녀 자신이었다. 그 몸의 음란함을 알게 해주는 것이 가장 좋은 조교가 되었다.

“응그으응!? 들어와…… 굵은 손가락이, 저의, 저의……!?”

두목의 굵은 손가락은 이미 두 번째 관절까지 파고들어 있었다. 장내에 파고든 손가락을 갈고리처럼 구부려서 빙글빙글 돌린다.

밖이 아닌 안에서 항문을 자극받는 미지의 감각에 나탈리아는 무심코 두목의 몸을 끌어안았다.

“오옷, 오오옷…… 응오오오옷……!?”

나탈리아는 견디려는 듯한 소리를 내며 남자의 몸에 감긴 사지에 힘을 주었다. 의식적으로 한 행동은 아니겠지만, 그것은 남자에게 매달려 용서를 구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물론 남자는 용서하지 않았다.

“응옷!? 응오, 오오오…….”

하나 더, 약지도 추가되었다. 나탈리아의 처녀 아누스는 새것다운 조임을 보였지만, 거친 일에 익숙한 우락부락한 손가락에겐 버티지 못했다. 옹이진 두 손가락이 쯔걱쯔걱 피스톤을 시작했다.

“오옷, 오오옷! 오오…… 응오오오오옷!?”

손가락이 뽑히는 것에 맞춰 항문이 뒤집어지면 나탈리아의 목구멍에서 거친 코맹맹이 소리가 새어나왔다. 남자를 꽉 매달리며 무언가를 견디려는 듯이 몸을 굳혔다.

“크크크…….”

쯔걱, 쯔걱, 쯔걱, 쯔걱.

필사적으로 자신의 감각에 저항하는 나탈리아를 조롱하듯 두목은 더욱 손가락을 추가했다. 거짓말처럼 벌어진 항문을 더욱 빨라진 피스톤으로 몰아세웠다.

“오긋, 오옷…… 오, 힉…… 힉, 히익……!?”

나탈리아의 온몸이 무슨 전조처럼 벌벌 떨렸다. 버티는 것 같았던 그녀의 목소리가 요염함을 띠며 분홍색 혀를 내밀며 헐떡였다.

“싫어…… 응힉, 이이잉…… 안 돼, 안 돼…… 이것만은 안 돼…… 엉덩이 구멍으로 느끼다니…… 그것만은 절대 안 돼, 애애……!?”

아마도 그것이 그녀의 마지막 남은 자긍심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자긍심도…….

“야, 너네도 못 참겠지. 이 암컷의 뒷보지에 쑤셔 박아줘라.”

남자들이 환호성을 지른다. 이런 경우의 순서가 미리 정해져 있었는지 한 남자가 슬쩍 걸어 나왔다. 두목만큼이나 근골이 건장한 남자, 사타구니에 젖혀져 있는 분신도 막상막하의 남성스러움을 자랑했다.

“윽!? 싫엇 싫엇 싫어어어어어어엇!? 부탁이예요! 제발 부탁이예요!? 뭐든지 할게요! 그러니까, 그러니까 그것만은…… 여기만은 안 돼애애애앳!?”

나탈리아가 애원한다. 만약 몸이 자유로웠다면 자긍심을 버리고 무릎 꿇어 용서를 빌었을 것이다.

하지만 남자들은 봐주지 않았다.

손가락이 뽑힌 항문에 쿠퍼액을 질질 흘리는 귀두가 닿았다.

“그만, 그만…… 응히이이이잉!?”

쯔붑, 쯔붑…….

뜨거운 덩어리가 엉덩이를 가르고 기어들어왔다.

“아, 아…….”

단단한 것으로 항문을 밀어 벌리는 이물감. 본래 있을 수 없는 감각에 나탈리아는 당혹의 소리를 지른다. 아니, 정말 당혹스러운 걸까…….

“앗…… 히이익!? 힉, 히이이…….”

새 육봉은 장대의 중간이 굵은 징그러운 모양을 하고 있었다. 귀두가 괄약근을 밀어 벌리고 파고든 다음에도 나아갈 때마다 점점 확장되는 낌이 밀려왔다. 그리고 뿌리까지 들어가 항문이 약간 안심하는 순간,

쯔걱. 쯔거억.

“응히이이이…….”

끌어당기는 것에 맞춰 부풀어 오른 줄기가 항문을 억지로 끄집어 내듯이 뽑아냈다.

“오오…… 엄청난 엉덩이 구멍이다…… 새것이라지만 이렇게 빡빡하게 조이는 건 처음이야…… 평범한 자지라면 끊어질 것 같아.”

상급자용 뒷보지야. 남자는 그렇게 말하며 웃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조임이 나탈리아 자신을 괴롭혔다. 통통한 물고기 같은 몸통에 항문이 질질 끌리며, 배설감 같은 기분 좋음에 엉덩이 살이 실룩거렸다.

“힉, 오오오…… 응히이이잉!?”

한 번 꽂았다 빼면서 자신의 일물에 견딜 수 있는지 확인했을 것이다. 남자는 거리낌 없이 경쾌한 허리놀림으로 왕복을 시작했다.

“아힉…… 히이, 이잉…… 아, 안 돼…… 망가져…… 엉덩이 구멍 망가져…… 히이이잉!?”

팡팡, 나탈리아의 엉덩이가 남자의 허리에 부딪혀 메마른 소리가 울린다. 부드러운 엉덩이 살을 일그러뜨리며 깊숙이 박힌 육봉이 쓱쓱 장벽을 문질러대자 등줄기를 타고 오르는 것을 몇 배로 한 듯한 저릿저릿함이 허리부터 머리까지 치솟아 오른다.

“싫어, 싫어, 시…… 러, 아, 앗…… 아히, 잉♥”

정신이 혼미해진 나탈리아의 목구멍에서 드디어 교성이 터져나왔다.

“아힝…… 히잉♥ 익♥ 익♥ 아히이이…… 히잉♥”

그리고 한 번 터져나오면, 그 다음부터는 마치 봇물이 터진 듯이. 엉덩이 구멍이 뒤집힐 때마다, 내장 안쪽이 쓱쓱 문질러질 때마다 나탈리아는 등줄기를 떨었다.

“응힉♥ 아히…… 히잉♥ 아, 아, 저…… 저…… 엉덩이로…… 더러운 구멍 쑤셔져서 느껴요♥ 항문을 찔려져서 기분 좋아져요……♥”

나탈리아는 울면서 헐떡였다. 헐떡이며 울고 있었다.

더러운 구멍을 육봉으로 파내어지며 쾌감을 느끼는 육체가 원망스러웠다.

쾌감에 빠져 헐떡이는 자신이 한심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아힛♥ 아히, 이잉♥ 망가져♥ 저…… 망가져요♥ 제 항문이…… 기분 좋은 구멍이 되어버려요♥”

자신의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색을 탐하는 목소리. 육체가 만들어내는 천박한 감각이 나탈리아가 지금까지 소중히 여겼던 것들을 삼켜 간다. 음탕한 여체의 흥분에 농락당한다.

긍지 높은 공작영애가 음란한 짐승으로 변해 간다…….

(아아♥ 어머님…… 여왕 폐하…… 송구스럽습니다…… 나탈리아는…… 나탈리아는 타락해버렸어요……♥)

자신의 나약함을 부끄러워하며 나탈리아는 경애하는 이들에게 용서를 구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배덕감과 죄책감이 더욱 쾌락을 조장한다. 스스로를 다스려온 고결한 정신이 잡다하고 음란한 열락에 굴복할 때마다 쾌락 물질이 솟구쳐 올라 뇌가 저렸다.

마치 나탈리아 자신이 자신의 비참함에 기뻐하는 것 같았다.

(크응♥ 아니에요…… 저는…… 저는 이런 비천한 취미 따위…….)

“그럼 슬슬 나도 이제 움직여 볼까.”

뒷구멍에 기뻐하는 나탈리아의 치태를 조용히 감상하던 두목은 은근슬쩍 나탈리아의 허리에 손을 얹었다. 커다랗고 우락부락한 손가락이 나탈리아의 부드러운 피부를 파고들었다.

“앗!? 하지 마!? 이 이상은…… 이 이상 해대면……!?”

절박한 애원이었다. 사형대에 서서 목에 밧줄이 걸린 사형수가 울면서 살려달라고 구걸하는 듯한 목소리.

그러나 두목은 생사의 갈림길에 선 구걸을 오히려 사형 집행의 신호인 것처럼 허리를 들어올렸다.

“앗――――.”

푹, 하고 자궁구가 격렬하게 찔려 자궁이 꾸욱 우그러지는 것을 느꼈다. 후려치는 듯한 충격에, 하지만 되려 나탈리아의 여자는 환희했다. 눈 앞이 아찔한 쾌락이 육체를 누비며 힘찬 수컷의 상징을 찬양하듯 조였다.

“아, 아―――― 아히이이이잉!?”

두목에 질세라 부하 사내가 나탈리아의 양팔을 잡고 찌르듯이 허리를 내리꽂았다. 박힌 육창의 끄트머리가 육벽을 사이에 둔 소녀의 자궁을 스치듯이 장벽을 문질러댄다. 겹겹이 쌓인 음탕한 열락의 굉장함에 나탈리아는 허리가 꺽일듯이 몸을 뒤로 젖히고, 눈을 까뒤집고 천장을 보며 혀를 내밀었다.

“아, 힉 …… 앗♥”

애액으로 채워진 질 주름이 도려내지면서 달콤한 소리가 새어나오고.

“히이, 잉♥”

항문이 쓸려나가면서 목소리가 뒤집어진다.

“앗♥ 앗, 히잉♥ 힉, 힉…… 아앙♥ 앗, 힉, 앗, 히이……♥”

나탈리아에게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덩치 큰 억센 남자들에게 위아래로 끼인 나탈리아는 마치 거대한 짐승의 턱에 물린 불쌍한 사냥감이었다. 단단하고 두툼한 근육에 짓눌린 부드러운 여체에 도망칠 가능성은 한 조각도 존재하지 않았다. 농락 당하는 것도, 씹히는 것도 모두 포식자의 뜻대로.

팔을 붙잡혀 뒤로 젖혀지고, 허리를 잡혀 끌려간다. 소녀의 가녀린 육체는 완전히 남자들의 지배하에 놓여 있었다. 하지만 남자들은 소녀의 속까지 유린하려고 그 장대한 강창으로 그녀의 뱃속을 헤집었다.

“앗♥ 힉♥ 앗하아아아앗♥”

그들은 여자를 범하는 데 익숙했다. 저속한 욕망도 있었겠지만, 그것이 일이기 때문일 것이다. 두 개의 욕망 덩어리의 삽입 운동은 그 맹렬함에 반해 기계적인 동조를 보였다. 소녀의 뱃속을 빼앗기라도 하듯 동시에 파고드는가 싶더니, 소녀의 장기를 끄집어내려는 것처럼 귀두관이 미육을 긁어낸다.

멋진 싱크로를 보여주는 유린 기관이 가녀린 소녀의 육체를 터트릴 것 같은 관능을 발생시켰다.

(앗앗앗♥ 이젠…… 이젠, 안 돼……♥)

쾌락에 저항하던 공작영애로서의 영혼이 이제 막 백기를 들려 하고 있었다. 육욕을 거부하려던 나탈리아의 마음에 열락에 물든 육체가 속삭인다.

이제 됐어. 이미 충분히 애썼잖아.

더 이상 참다가는 죽을지도 모른다고?

이제 그만하자. 이제 솔직해지자.

어쩔 수 없어. 어쩔 수 없는 일이야.

“오…… 오오옷♥ 오옷, 오오, 옹♥”

도망치기는커녕 몸을 뒤틀지도 못하고, 나탈리아는 뱃속에서 몰아치는 쾌락의 폭풍에 휘날리며 헐떡이고, 울부짖었다. 자신의 치태를 부끄러워할 여유 따위는 더 이상 남아있지 않다. 두 개의 강봉이 가져다주는 압도적인 쾌락이 그녀의 이성을 저 멀리 추방해버렸다.

(자지♥ 두 개의 자지가 제 안을 서로 빼앗고 있어♥ 아아, 기분 좋아…… 기분 좋아! 기분 좋을 수 밖에 없어요♥ 아아, 자지…… 자지…… 자지……♥)

성문이 열렸다. 관능의 탁류가 쏟아져들어와 ‘나탈리아 코르티자노’라는 이름의 웅장한 성을 순식간에 석권했다. 이성이라는 이름의 성벽이 무너지고, 상식이라는 이름의 관이 불타오르고, 육욕이라는 이름의 야만인이 승리의 함성을 드높였다.

“기분♥ 좋아, 익♥ 아아…… 힉, 이잉♥ 아아…… 자지, 자지님…… 자지, 좋아요오오오오오♥”

함락.

항상 긴장을 늦추지 않던 얼굴은 한심할 정도로 풀어져 있었고, 품성은 온데간데없이 혀를 내밀고 있다. 풀어진 눈에서 흐르는 눈물의 주성분은 오래전에 애석함에서 법열로 바뀌었음에 틀림없었다. 쾌락에 완전히 패배한 비참한 아헤가오(アヘ顔). 이 소녀가 공작영애였다는 것을 아무도 믿지 못할 것이다.

“오옷!? 옷, 오옷♥ 오옹, 오옷…… 오호오오오옹♥”

팡팡팡팡팡팡!

남자들의 피스톤 운동이 드디어 사정을 봐주지 않는 움직임으로 기어가 바뀌었다. 억센 허리가 소녀의 하얗고 부드러운 하체를 짓눌러 찌그러뜨리듯 내리친다. 불타는 흉기가 쾅쾅 맥동하는 것을 감지한 여자는 그 의미를 본능적으로 알아차리고 환희에 들뜬다.

(아아아아아♥ 나, 나와요…… 나오고 말아요……♥)

머리 한구석에서 ‘그런 짓을 용납하지 마.’ 하는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거부할 마음 따위는 조금도 생기지 않았다. 나탈리아의 이성의 빛을 잃은 텅 빈 눈동자에 기대하는 듯한 색이 떠올랐다. 쾌락에 물든 육체가 최고의 순간을 갈구하며 남자의 것에 매달린다.

남자들이 신음했다. 숨 쉬듯이 여자를 범하는 파락호라도 놀랄 정도의 조임이었을 것이다. 두 남자는 빵빵하게 부풀어 오른 자신의 분신을 꼬챙이를 꽂는 기세로 소녀의 깊숙한 곳에 내리꽂았다.

“옷…… 응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옷♥♥♥”

뷰릇! 뷰르르르르르르릇!!

용암처럼 뜨겁고 진한 정액이 분출되어 나탈리아의 뱃속을 격렬하게 태웠다.

자궁과 직장에 동시에 뿜어진 백탁액에 타들어가는 나탈리아의 의식은 희열의 스파크로 새하얗게 물든다.

(아아아아아앗♥ 기분 좋아아아아아……♥♥♥)

붉은 머리카락을 흩날리며 몸을 젖히고, 견갑골이 꾸욱 좁히며 허벅지가 부르르 경련했다. 간헐적으로 사정할 때마다 가녀린 지체가 떨렸고, 풍만하게 솟아오른 가슴이 부르르 떨렸다. 천장을 향한 얼굴은 특대의 절정에 녹아내려 숙련된 창녀도 얼굴을 붉힐 정도로 흐트러졌다.

“오오…… 굉장한걸…… 주름살이 자지를 간지럽히고 있어……!”

“우오오…… 이 무슨 조임이냐…… 정액이 항문에 쥐어짜여져…….”

여자를 농락하는 것에 프로라고 할 수 있는 남자들이 일제히 음렬과 항문의 훌륭함을 흘린다. 허리춤를 통째로 빼앗기는 듯한 강렬한 사정이 그 말의 진실을 말해주고 있었다.

“아힉, 아힉…… 아히이이…….”

장황한 사정 내내 절정의 경련에 몸을 떨던 나탈리아가 털썩, 하고 힘을 잃었다. 육봉를 쥐어짜는 데 모든 체력을 다 써버린 듯 숨도 끊길 것 같다.

남자들이 사정을 마친 육봉을 쓰윽 뽑아내며 손을 떼자 나탈리아는 침대로 굴렀다. 반듯이 누워 천장을 올려다보며 거친 호흡을 반복했다.

“하아, 하아…… 하아, 아아…….”

쾌락밖에 느낄 수 없었던 몸에 드디어 오감이 돌아온다. 온몸이 땀으로 범벅이 되고, 달라붙은 머리카락이 기분 나쁘다.

하지만 그렇게 오감이 돌아오자, 자신의 속에 뿌려진, 자신 이외의 열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아, 하아…… 으응…….”

절정의 여운에 질이 떨리자 음열에서 왈칵 하고 정액이 흘러나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뻐끔뻐끔 호흡하듯 항문이 꿈틀거릴 때마다 푸쉿, 푸쉿 방귀 같은 소리와 함께 백탁액이 밀려나왔다.

“…………으, 으으…….”

폭풍 같은 쾌락이 지나가고 이성이 돌아오자, 자신의 한심함에 신음이 흘러나왔다. 육욕에 지고 쾌락을 탐하던 내 자신이 얼마나 애처로운가.

(저는…… 저는 얼마나 나약한 인간인 건가요……!?)

나탈리아는 그동안 욕망에 따라 행동하는 인간을 혐오했다. 질서를 중시하는 귀족의 일원으로서 욕망을 참지 못하는 인간은 짐승과 같다고 증오하기까지 했다.

그런 최악의 짐승에게 자신은 타락하고 말았다.

알고 싶지 않았다.

자신이 육욕에 지는 약하고 하찮은, 음란한 여자였다니…….

“어이, 뭘 멍때리고 있어?”

“꺄악!?”

땀에 젖은 머리채를 붙잡혀 나탈리아는 억지로 몸을 일으켰다.

“이제 둘 맛본 거잖아? 자지는 아직 잔뜩 있다고?”

그녀의 머리채를 움켜쥔 두목이 웃으며 말했다.

나탈리아는 벌떡 고개를 들었다.

지금까지 조용히 감상하던 도적들이 일어나 침대로 다가온다. 그 누구도 예외 없이 사타구니의 큰 뱀이 고개를 치켜들고 있었다.

“실컷 맛보라고.”

사형선고처럼 말하고 두목은 나탈리아를 밀쳤다.

한 마리의 암컷에게 무수한 수컷들이 몰려들었다.

그 후 나탈리아는 밤낮없이 범해졌다.

음열을 범해지고, 항문을 범해지고, 물론 입도 범해졌다.

범해지는 것에 지쳐 기절하듯이 잠들었다. 잠을 자려고 해도 그들은 잠을 잘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

일단 구멍이라는 구멍을 끝내자, 그들은 나탈리아에게 음란한 말을 강요했다. 천박한 몸짓으로 자지를 음탕하게 조르는 방식을 주입받았다.

“나, 나탈리아의 허전한 보지 구멍을, 당신의 늠름한 자지님으로 가득 채워주세요…….”

내밀은 허리를 살랑살랑 움직이면서 범해달라는 말을 하게 된 나탈리아는 너무나 치욕에 눈물을 흘렸지만, 무참히 개발된 구멍을 육봉으로 메워지자 분함의 눈물은 희열의 눈물에 밀려갔다.

육체뿐만 아니라 언행마저 음란하게 조교되었다. 그때마다 나탈리아는 살을 에는 듯한 고통을 느꼈고, 그 고통을 쾌락으로 덮어씌워졌다.

“아아앙♥ 두목님의 자지, 나탈리아가 탐내던 자궁에 닿았어요♥ 빨리…… 빨리 나탈리아의 음란한 보지에 은혜를 베풀어 주세요♥ 뜨거운 자지즙을 나탈리아의 아기방을 가득 채워주세요♥♥♥”

한 달이 지나자 나탈리아는 자랑하는 빨간 머리를 흩날리며 기승위로 허리를 비틀며 남자의 정액을 마음으로부터 탐하게 되었다. 그런 나탈리아를 새로 저택에 끌려온 소녀들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들은 더럽기는 했지만, 이름 있는 귀족 가문의 영애들일 터였다.

(아아♥ 어쩔 수 없어요…… 그치만 이렇게 하지 않으면, 먹을 것도, 입을 것도, 정액도 받을 수 없는걸요♥)

음란에 물든 나탈리아는 마음속으로 변명하며 남자의 것을 조였다.

몰락해서 팔린 영애들 중에는 도망치려다 붙잡혀 본보기로 살해 당하거나, 미래를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이들도 있었다. 그런 전 영애들을 나탈리아는 불쌍히 여기면서도 마음 한편으로는 부러워했다.

그리고 반년 후.

음탕하게 물든 나탈리아는 다른 조교된 소녀들과 함께 배에 태워졌다. 심한 뱃멀미에 시달리며 일주일 후. 처음 보는 양식의 건물이 즐비한 항구 도시에 내려진 나탈리아 일행은 갈색 피부의 남자들에게 넘겨졌다.

나탈리아 일행을 받아들인 것은 팡관의 경영자였다.

이국의 창관에서 나탈리아 일행은 보기 드문 외국 아가씨로 손님을 받았다. 함께 끌려온 소녀들 중에서도 나탈리아는 특히 인기를 끌었다. 진홍색 머리카락, 빼어난 외모, 그리고 드세 보이는 미모와는 달리 침대 위에서의 격렬한 흐트러짐. 나탈리아는 밤마다 손님에게 안겨 질이 마를 새 없이 정액이 쏟아 부어졌다.

하지만 그것도 오래가지 못했다.

조국과 너무 다른 기후에 쇠약해진 나탈리아는 독감에 걸려 폐렴을 앓았다. 인기가 많아도 결국은 외국인 창녀다. 창관 주인은 다 쓴 피임구라도 버리는 것처럼 나탈리아를 내쫓았다.

홀로 내쫓긴 나탈리아는 얼마 안 되는 돈을 벌려고 손님을 받으려 했지만, 폐렴에 걸려 기침을 하는 창녀를 안으려는 남자는 나타나지 않았다.

마침내 폐렴이 악화되어 숨을 제대로 쉴 수 없게 되자 나탈리아는 골목 구석에 쓰러져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

골목 하수구에서 커다란 쥐 한 마리가 기어나와 눈이 마주쳤다.

그것이 나탈리아의 눈에 비친, ‘2회차’의 마지막 광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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