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 게임
요즘 게임은 정말 대단하다.
VR라는, 마치 게임 세계 안으로 들어간 것 같은 물건까지 등장했다.
광고에서 보고 엄청 갖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가장 큰 문제는 돈이 없다는 점이다.
아르바이트를 더 할까도 생각했지만, 그러면 정작 게임할 시간이 없어져 버린다.
그렇다면 선택지는 하나뿐이다.
싸게 파는 걸 사는 수밖에 없다.
조금 고장 나 있든, 정품이 아니든,
어쨌든 게임만 할 수 있으면 그걸로 충분하다.
그래서 바로 인터넷으로 구매했다.
판매 사이트는 엄청나게 수상한 곳이었고,
게임기 역시 들어본 적도 없는 해외 회사 제품이었다.
그래도 배가 고픈데 체면 따질 여유는 없다.
어쨌든 되기만 하면 되는 거다. 되기만 하면.
자, 그토록 원하던 VR 게임, 시작!
그런데 갑자기 ‘퍽’ 하는 소리가 나더니 화면이 새까맣게 변했다.
뭐야, 설마 시작하자마자 고장 난 건가?
젠장, 최소한 오늘 하루 정도는 버텨줘야지.
한숨을 쉬며 기기를 벗자, 방 안 자체가 깜깜했다.
뭐야. 차단기가 내려간 것뿐이잖아.
나는 더듬거리며 게임기의 전원을 끄고,
차단기가 있는 쪽으로 향했다.
해설
차단기가 내려갔다면, 게임기의 전원 역시 꺼져 있어야 한다.그런데 깜깜한 상태에서 굳이 게임기의 전원을 껐다는 것은,BGM이 계속 흘러나오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게임이 작동 중이라면,아주 미약하더라도 작동 중임을 알리는 램프 정도는 켜져 있어야 한다.그런데 “손으로 더듬으며”라고 표현한 점에서,그 작은 램프조차 보이지 않았다는 뜻이 된다.
즉, 눈앞이 깜깜해진 이유는 차단기가 내려갔기 때문이 아니라,화자의 눈 자체가 빛을 잃었기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