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ne
horror
horror

방문 기록

12/18/2025, 10:13:41
나폴리탄
493 views · 0 likes
1





나는 기억력이 좋은 편이다.
그래서 집에 누가 왔는지는 거의 다 기억하고 있다.

택배, 점검, 관리인.
대부분 현관 인터폰 기록과도 일치한다.

그래서 오늘 아침,
관리 앱에서 방문 기록 하나 를 발견했을 때도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넘기려 했다.

기록은 이랬다.

방문 시각: 어제 오후 3시 12분
체류 시간: 4분
현관 개폐: 없음

‘문을 안 열었는데 방문?’

아마 초인종만 누르고 간 거겠지.
영업이거나 착오였을 것이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하나 있었다.

방문자 이름이
‘거주자 확인’으로 되어 있었다.

관리실에서 왔나 싶어
CCTV 기록도 확인해 봤다.

현관 앞에
사람이 서 있었다.

모자와 마스크를 쓴 남자.
카메라를 정확히 올려다보고 있었다.

잠깐 고개를 숙이고
뭔가를 확인하더니
초인종을 누르지 않고
문 앞에 가만히 서 있다가
사라졌다.

나는 그때
집에 있었다.

그 시간에
분명 거실에서 TV를 보고 있었고,
인터폰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그래서 조금 찝찝했지만
그냥 넘기기로 했다.

요즘은 이상한 사람도 많으니까.

문제는
그 다음 날 아침이었다.

출근하려고 현관에 나섰을 때,
문 손잡이에
작은 종이 쪽지가 붙어 있었다.

어제는 부재중이셔서
내부 확인을 하지 못했습니다.
오늘 다시 방문하겠습니다.

손글씨였다.

나는 잠시
멍해졌다.

‘부재중?’

나는 분명
어제 집에 있었다.

하루 종일.

그런데
그 사람은
내가 없었다고 말하고 있다.

혹시
시간을 착각한 걸까 싶어
쪽지를 다시 봤다.

날짜는
정확히 어제였다.

갑자기
어제의 기억을
하나하나 떠올려 보았다.

오후 3시 무렵.

TV 소리.
커튼이 쳐진 거실.
휴대폰을 보고 있던 나.

…그리고
이상하게도
그 시간대만
소리가 거의 기억나지 않았다.

TV에서
무슨 프로그램이 나왔는지도,
어떤 소리가 있었는지도
떠오르지 않는다.

마치
그 구간만
통째로 비어 있는 느낌이었다.

나는 천천히
현관문을 열었다.

복도 끝,
엘리베이터 앞에
어제의 그 남자가 서 있었다.

이번엔
모자도 마스크도 없었다.

그는
나를 보자
고개를 갸웃했다.

그리고 말했다.

“아…
이번엔
안에 계셨네요.”












해설

1. 방문자 이름: '거주자 확인'일반적인 관리 방문이 아님'사람'을 보러 온 것이 아니라'존재 여부'를 확인하러 온 것


2. 현관 개폐 없음 + 체류 4분문을 열지 않았는데...4분 동안 확인이 이루어짐외부에서 내부를 확인할 수 있었거나,내부에 반응이 없었다는 뜻


3. 화자는 '집에 있었다'고 확신그러나 방문자는 '부재중'으로 기록이 불일치는 기억의 문제가 아니라 ‘판정 기준’의 문제화자는 있었지만,'사람'으로 감지되지는 않았다


4. 기억의 공백오후 3시 무렵만 기억이 비어 있음청각, 시각, 감각이 통째로...바로 이 시점,'확인 대상'이 되었을 가능성


5. 마지막 대사존재가 확인되었다는 뉘앙스


즉,집에 사람이 없었던 게 아니라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에'부재중'으로 처리된 것




0
0 comments
내가 이래서 널 싫어했었어
나폴리탄
QienJin
03/07 437 0
선은 100년이 지나도 선이다
나폴리탄
QienJin
03/07 390 0
ㅇㅇ
뽀짝
QienJin
02/03 413 1
망토를 두르는 것처럼
나폴리탄
QienJin
01/05 790 0
지옥의 종소리
나폴리탄
QienJin
01/05 989 0
열쇠구멍 너머에서
나폴리탄
QienJin
01/04 726 0
어니언 링
나폴리탄
QienJin
12/26/25 592 0
우리 딸은 웃으면서 태어났어
나폴리탄
QienJin
12/26/25 627 0
제발 질문하지 마세요. 나는 거짓말을 못 합니다.
나폴리탄
QienJin
12/26/25 519 0
집 지키기
나폴리탄
QienJin
12/26/25 678 0
한 남자가 고층 건물로 이사를 갔다
나폴리탄
QienJin
12/26/25 522 0
귀갓길
나폴리탄
QienJin
12/26/25 555 0
부재중 전화
나폴리탄
QienJin
12/19/25 676 0
버섯 명인
나폴리탄
QienJin
12/19/25 529 0
싱글벙글 아줌마
나폴리탄
QienJin
12/19/25 776 0
완벽한 죽음
기묘
QienJin
12/19/25 543 0
담력 시험
나폴리탄
QienJin
12/19/25 562 0
쿠네쿠네
나폴리탄
QienJin
12/19/25 646 1
라쿤 아파트
기묘
QienJin
12/18/25 599 0
E.L.B.E.R.R
공포
QienJin
12/18/25 526 0
의도치 않은 동거인
나폴리탄
QienJin
12/18/25 611 1
불량 게임
나폴리탄
QienJin
12/18/25 513 0
정육점
나폴리탄
QienJin
12/18/25 602 0
야간 점검
나폴리탄
QienJin
12/18/25 562 0
방문 기록
나폴리탄
QienJin
12/18/25 493 0
마지막 알람
나폴리탄
QienJin
12/18/25 473 0
그녀와의 추억
나폴리탄
QienJin
12/18/25 467 0
쌍둥이의 생일파티
나폴리탄
QienJin
12/18/25 623 0
안전한 아파트
나폴리탄
QienJin
12/18/25 599 0
지박령
나폴리탄
QienJin
12/18/25 603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