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스포) 돈없수선 왜 재밌을까
“돈이 없는데 어떻게 수선을 해”
제 기준으론 너무 잘 쓴 소설인데 이게 얼핏 보면 그냥 우당탕탕 블랙코미디라서, 이게 잘 쓴 소설이라고?하고 의문을 갖는 분들도 많이 계실 겁니다
그래서 최대한 스포 자제하면서 제가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대충이나마 설명하려합니다
신선한 소재
세계관 묘사
인물들의 조형
주인공의 목적의식
돈없수선의 소재와 세계관 묘사를 평가해보면
소재: 선협, 상태창, 블랙코미디, 디스토피아, 사이버펑크
나열한 목록을 보시면 전혀 신선할거 없습니다 그런데 바텐더가 여러 재료를 섞어 새로운 맛의 칵테일을 만들어 내듯이, 위 장르들이 겉돌지않고 완전히 섞여 새로운 맛을 잘 빚어냈습니다
사이버펑크 디스토피아면 축축하고 우울하고 희망없고 죽음과 쾌락이 뒤섞인 살아가는게 고통인 세계일 것입니다
작중에서 끊임없이 이세계가 얼마나 끔찍한지 직간접적으로 계속 표현되지만, 분위기가 전혀 어둡지 않고 매우 유쾌하며 점차 가속이 붙어 롤로코스터처럼 치고 나갑니다!
바로 블랙코미디 덕분인데요
놀랍게도 중국의 사회 시스템에 초!극단의 황금만능주의를 섞었더니 불쾌한 골짜기를 지나 대유쾌 마운틴에 올라버렸습니다
돈에 대한 천박함이 지나치다보니 눈살 찌푸려짐을 넘어서 모든 게 코미디가 되었다고 할까요?
기술을 수련하는 이유? 조금이라도 더 빨라져서 배달 한건이라도 더 뛰려고!
육체를 단련하는 이유? 옆자리 직원은 23시간 일하는데 내가 힘들어서 22시간 밖에 일 못하면 짤리니까!
그렇습니다. 이세계의 공법은 다 돈 벌려는 기술이고 다른 선협과 달리 전투력 높이는 건 후순위인데요
왜냐하면 싸움 잘 해서 상대를 조지면 깽값을 물어줘야합니다
아까 중국 사회라고 했죠? 온갖 곳에 감시가 있어서 좀 쎄다고 해서 어디 뒷골목에서 쓱- 이런 짓 못합니다
쎈 건 쎈거고 패면 돈 물어줘야해요
(물론 배상 능력이 충분하면 오히려 손쉽게 죽일수도있죠)
그래서 이 세계관의 싸움은 다른 선협과 다릅니다. 소설을 직접 읽을 때의 신선함을 잃지않게 아주 건조하게 몇가지만 예시를 들자면
폭탄을 던져도 화약이나 영기가 폭발하는 게 아니라, 유료 공법의 인강이 터져나옵니다
이때 유효범위 밖으로 피하지못하면 불법으로 학습한게 되어 저작권 무단 사용으로 큰 벌금을 내다 파산에 처할수도 있고
부적술도 다른 선협의 그것이 아니고, 천지신령에게 부적을 통해 돈을 상납하면 신령들(=공무원)이 상대 계좌를 조사하느라 동결이 되어, 가동할수있는 재산(=영기)이 줄어든다거나
원영진군들의 싸움은 전투 여파만으로 원영진군이 발행한 코인과 운영 및 지분 투자한 회사들의 주가가 전투의 흐름에 따라 등락을 오가며, 테마주도 물가도 요동쳐서 직접 공격을 맞은 사람도 없는데 수많은 사람들이 파산하여 육체는 여러 공장에 찢겨 재료로 팔려나가고 영혼은 뽑혀서 닳아없어질 때까지 영원히 퇴근 못하고 돈을 벌어 갚아야합니다
마치 서브프라임 모기지나 코로나발 경제악화 처럼 난 아무 잘못한 거 없는데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현실적인 공포가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점이 제가 돈없수선을 고평가하는 지점인데요, 이게 작가지!란 말이 터져나올정도로 아주 신선한 전투, 사회상이 소설 속 모든 곳에 스며들어있습니다
많은 소설들이 설정은 그럴싸하게 짜도 그게 세계관 묘사와 연결이 안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왜 수선자인데 영근 없는 백성들이랑 똑같은 사회상을 갖지? 범인일때랑 수선자일때 심지어 비승해서도 왜 인물들의 전투력만 강해지고 나머지 일상은 다 똑같고, 심지어 전투도 화력만 더 강해졌을 뿐 경지가 달라졌다고 아예 새로운 게 없네?
그리고 그렇게 경지 높고 수백 수천년을 산 수선자의 사고방식이 일반인이랑 다르지도 않고 그냥 힘만 쎄졌잖아?
소설 볼 때 이런 점이 무척이나 아쉬웠습니다만
돈없수선은 독자적인 세계관 설정에 맞춰서, 하층일 때는 하층만의 생활상과 수련과 전투가 있고, 경지가 높아져 층을 오를때마다 이 묘사들이 바뀝니다.
수련 묘사에 대해 한장면만 예시를 들면,
남들이 어렵게 수련해낸 뼈, 근육, 피부까지 사서 이식을 하는 인물이 나왔을 때는, 소설 제목 정말 잘 지었다는 생각이 들었죠
부유하면 남들보다 훨씬 빠르고 쉽게 수련하지만 돈 없으면 경쟁에서 밀려 평생 하층민으로 처박혀 살다가 이 사회에 경제적이든 물리적으로든 다 뜯겨 최후를 맞이하니까 “돈이 없으면 어떻게 수선을 해”인 세계관인 거죠
물론 주인공은 상태창을 통해서 이런 비인간적인 수련을 피합니다
인물 조형에 있어서는 아주 잘 만들었다고 할순없어도, 주인공은 독자가 자신을 투영할 만한 인물상은 되고, 주변 인물들도 증요도만큼의 매력이나 각자의 캐릭터성은 보유하고 있습니다
또 주인공이 주변인물들의 내면에 영향을 끼치는데 이게 단순히 작가가 조금 신경을 썼구나 정도가 아니고 소설의 주제의식과도 연결이 됩니다
이게 한참 뒤에 주인공의 목표와도 연결이되는데, 마침 제가 중요하게 보는 것중 하나가 주인공의 목적의식입니다
선협이니까 당연히 영생이라는 목표가 정해져있지만, 당사자가 아닌 소설 밖 독자입장에서는 영생이란 목표가 그리 마음으로 와닿진않습니다
보통 잘나간다하는 선협은 1,2천화가 넘는 경우가 많은데, 하나의 목표만 두고 계속 폐관 수련, 자원 쟁탈, 뇌겁, 폐관수련 반복만 하니까 질려서 끝까지 못 보겠더군요
마치 배가고파서 뭔갈 먹긴하는데 영양가없고 무미건조한 건빵으로 배 채우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돈없수선의 경우 처음부터 영생만을 목표로 두진않습니다
영생은 머리속에서 잠시 치우고 챕터마다 하나의 목표를 설정해서 그거에 전력을 집중 합니다
그리고 주인공이 설정한 목표들은 단순히 수련을 잘하고 강해져야만 이룰수있는 게 아니라서, 결국 다른 웹소 처럼 선형적인 스토리임에도 보는 내내 다채롭다는 느낌을 줍니다
그리고 영생 말고도 신선이 되려는 이유들이있는데
“세상의 모든 생령은, 살아있는 한 일을 해야만 한다. 세상의 이치가 그렇다”
“이 이치를 초월하려면, 오직 도를 얻어 신선이 되어, 3대 대출의 굴레에서 벗어나고 5대 보험을 들지 않아도 되며, 일을 하지않아도 돈이 새지 않는 경지에 이른다.
오직 그 경지에 이르러서야 부의 자유, 수위의 자유를 얻어 다시는 일할 필요가 없게 되는 것이다.”
돈없수선을 한창 보다가 나오는 이 대사 만큼 신선이 되도록 동기부여하는 대사는 없을 겁니다. 경지 오르면 24시간 365일 수백년 동안 안자고 일할수있다고 기뻐(?)하는 세계관이거든요
그리고 주인공의 무력과 재산만이 성장하는 게 아니고 이런 세상에 살며 동화되지 않으려 버티는 모습 그리고 어떤 목적의식을 새로이 세우게 되는데,
<주인공이 신선이 되기 위해 노력한다>
이 한문장으로 요약될수있는 선협의 단순함을 깨부셔서 제게 25,26년 최애 소설로 만들어준 요소 중 하나라고 볼수있겠습니다
초기에 번역해주신 MJ님과 이후에 돈없수선 번역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s/ainov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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