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무물 중 다자다복 시스템 및 반환류 치트키 소설 고찰.
고무물 중 다자다복 시스템 및 반환류 치트키 소설 고찰
최근에 고무물 쪽에서 다자다복 시스템이나 반환류 치트키가 들어간 소설들을 몇 개 읽었는데, 읽다 보니 좀 미묘하게 걸리는 부분들이 있었다.
일단 다자다복 시스템부터 말하자면, 이게 선협에서는 나름 잘 어울리는 설정이라고 생각한다. 선협은 시간 단위가 워낙 크다. 몇 년, 몇십 년은 그냥 지나가고, 주인공이 폐관수련을 하거나 기연을 얻어서 갑자기 강해져도 크게 이상하지 않다. 아이를 많이 낳고, 가문이 커지고, 후손들이 성장하면서 주인공도 강해진다는 흐름도 장기적으로 보면 어느 정도 자연스럽다.
그런데 고무물에서는 이게 생각보다 잘 안 맞는 느낌이 든다.
고무물은 선협에 비해 시간 흐름이 비교적 느린 편이다. 학교, 입시, 대회, 랭킹, 지역 경쟁 같은 흐름이 많이 나오다 보니 사건이 하루하루 꽤 촘촘하게 진행된다. 그러다 보니 다자다복 시스템의 핵심인 “아이를 많이 낳을수록 강해진다”는 설정이 제대로 체감되기 전에, 주인공이 이미 다른 보상으로 확 강해져 버리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 독자 입장에서는 “이게 다자다복이라서 강해지는 건가?” 싶어진다. 아이가 태어나기도 전에 주인공이 이미 급성장하고, 아이가 성장해서 뭔가 영향을 주는 과정도 부족하다 보니, 시스템의 맛이 생각보다 덜 산다.
그리고 여성 캐릭터 쪽도 조금 걸린다. 보통 고무물에 나오는 여성 캐릭터들은 수련을 열심히 하고, 강해지고 싶어 하고, 자기 목표가 있는 천재 캐릭터로 나오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그런 캐릭터들이 갑자기 주인공과 아이를 많이 낳는 쪽으로 움직이면, 납득이 잘 안 될 때가 있다.
물론 작품 안에서는 정책 지원이라든가, 인류 생존이라든가, 강자의 유전자가 중요하다는 식으로 이유를 붙이긴 한다. 그런데 그 설명만으로는 부족한 경우가 많다. 캐릭터가 자기 욕망과 목표를 가진 인물이라기보다는, 주인공 시스템 보상용 장치처럼 보일 때가 있어서 몰입이 깨진다.
반환류 치트키도 비슷하다.
누군가에게 좋은 걸 주면 몇 배로 돌려받는 설정 자체는 재미있다. 선협에서는 특히 잘 맞는다. 제자에게 영약을 주고, 가족에게 법보를 주고, 사문이나 가문을 키우면서 주인공도 같이 강해지는 흐름이 원래 장르 문법과 잘 어울리기 때문이다.
그런데 고무물에서는 조금 다르다. 고무물은 보통 공개적인 경쟁 구조가 있다. 지역 대회에서 우승하고, 명문고나 명문대에 들어가고, 천재들과 경쟁하고, 전국 대회로 올라가는 식의 단계적인 성장 흐름이 많다.
그런데 반환류 치트키로 주인공이 갑자기 너무 강해지면, 이 성장 구조가 애매해진다. 대회나 수련, 경쟁을 통해 강해지는 게 아니라 시스템 보상으로 스펙을 확 올려버리니까, 고무물 특유의 단계적인 성장 재미가 약해지는 느낌이다.
특히 고무물 배경이 현대거나 미래, 혹은 현대와 비슷한 평행세계인 경우에는 더 그렇다. 이런 세계관이면 개인의 전투력, 성장 속도, 신체 데이터 같은 게 어느 정도 기록되고 관리될 가능성이 높다. 학교, 협회, 국가기관, 군부, 기업 같은 조직도 자주 나오고 말이다.
그런데 주인공이 비정상적으로 빠르게 강해지는데도 주변에서 별다른 이상함을 못 느끼는 경우가 많다. 이 부분이 오히려 이상하게 느껴진다.
선협이라면 “어디서 기연을 얻었겠지”, “폐관수련했겠지” 하고 넘어갈 수 있다. 애초에 세계가 넓고, 감시 체계도 느슨하고, 정보 공유도 제한적이니까. 그런데 고무물에서는 세계관 자체가 훨씬 체계적이다. 전국 단위, 행성 단위로 인재를 관리하고 감시할 것 같은 배경을 깔아놓고, 정작 주인공의 말도 안 되는 성장에는 아무 반응이 없으면 핍진성이 흔들린다.
차라리 주인공이 너무 빨리 강해져서 국가기관이나 학교의 감시 대상이 된다든지, 협회에서 조사한다든지, 주변 천재들이 위화감을 느낀다든지 하는 전개가 있으면 더 재미있을 것 같다. 고무물은 그런 사회적 반응을 넣기 좋은 장르인데, 그걸 그냥 넘겨버리면 아쉽다.
결국 내가 느낀 건 이거다.
다자다복 시스템이나 반환류 치트키 자체가 문제라기보다는, 이 치트키들이 고무물의 배경과 잘 안 맞을 때가 많다.
선협에서는 긴 시간, 기연, 폐관수련, 가문 성장 같은 요소 덕분에 이런 치트키들이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반면 고무물은 학교, 입시, 대회, 랭킹, 데이터, 국가 관리 같은 요소가 강하다. 그래서 주인공이 갑자기 강해지면 “와, 시원하다”보다 “근데 왜 아무도 이상하게 생각 안 하지?”라는 생각이 먼저 들 때가 있다.
다자다복은 시간이 길게 흘러야 맛이 살고, 반환류는 주변 인물이나 세력 성장과 엮여야 맛이 산다고 본다. 그런데 고무물에서 이걸 제대로 살리지 못하면, 그냥 주인공만 뜬금없이 강해지는 장치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고무물에서 이런 치트키를 쓰려면 선협식 전개를 그대로 가져오기보다는, 고무물 특유의 사회 구조를 더 활용했으면 좋겠다. 학교의 기록, 협회의 감시, 국가의 조사, 주변 천재들의 의심, 대회 시스템 안에서의 위화감 같은 걸 같이 다루면 훨씬 더 설득력 있고 재미있을 것 같다.
정리하면, 최근 읽은 고무물 다자다복·반환류 작품들은 치트키 설정은 분명 강한데, 그걸 받아주는 세계관의 반응이 부족해서 아쉬웠다.
치트키는 선협식인데, 배경은 현대·미래식이라서 생기는 어긋남.
이게 내가 느낀 가장 큰 포인트였다.
s/ainov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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